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9일 “2035년 이후 (EU처럼)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탄소 감축을 위해서라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환경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1~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4만대였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110만대의 13%를 차지했다. 지금의 자동차 수요가 유지된다고 했을 때, 김 장관 말대로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려면 10년 뒤 전기차 판매량이 지금의 7배 이상이 되어야 내수에 문제가 안 생긴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도입해 14년간 전기차 보급을 늘린 결과, 전기차 점유율이 이제야 겨우 10%를 넘었다”며 “보조금도 줄이는 추세에서 판매량을 7배로 늘리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미국 테슬라의 ‘모델 Y’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모델이다. 수입차 점유율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7%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시장만 보면 수입차 점유율이 38%로 치솟는다. BYD(비야디)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도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의 외산차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내연차 판매를 막으면 혜택은 결국 외국 자동차 기업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고 인기도 좋은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까지 판매가 중단된다면 더 뼈아프다.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급격한 정부 주도 전환은 오히려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최근에는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가 비현실적이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도 내연차가 주력인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왜 우리 정부만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려 하는지 의문이다.
전기차 확산을 원한다면 충실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전기차 진입을 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충전 불편이기 때문이다. 대미 관세와 중국과의 경쟁 등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불안하게 하는 대신 기본부터 돌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