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소형 승용차와 SUV 등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해 2028년부터 북미와 중남미에 출시하기로 하면서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인해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GM은 지난 2018년 “앞으로 10년간 한국 내 생산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대차·GM이 공동 개발한 소형차 등을 출시하기로 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2028년부터’다. 업계에선 “우연이 아닐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지난 7일 두 회사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는 북미용 전기 밴과 중남미에 출시할 소형 승용차·SUV·픽업트럭 등 4종을, GM은 중남미용 중형 픽업트럭 개발을 주로 맡는다. GM은 그간 미국 내 높은 인건비 등을 고려해 소형차 개발과 생산을 한국GM에 주로 맡겨 왔다. 하지만 이번 협력으로 GM은 현대차에서도 소형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GM으로선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이미 미국의 관세로 인해 소형차 생산 전담 기지로서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GM은 현대차와 공동 개발한 차를 어디서 생산할지 확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산 차에 1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한국GM이 누리던 한미 FTA의 무관세 효과는 사라진다.
현대차와 GM이 공동 개발한 차량의 출시 목표가 2028년이란 점도 한국GM엔 압박 요소다. 지난 2018년 GM은 구조 조정을 통해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81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 한국 내 차 생산을 유지하고 공장도 가동하겠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2028년 이후엔 이 ‘의무’가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각에선 현대차와 GM이 공동 개발한 차 생산을 한국GM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GM이 불안정한 노사 관계로 잦은 분쟁을 겪어온 데다 현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기업 경영을 옥죄는 반(反)기업 입법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