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차를 판매하는 공간이었다가, 자동차 브랜드를 알리는 장소로 진화했었다. 그런데 이제 문화센터 같은 모습으로 한 단계 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카페처럼 오랫동안 앉아 쉬면서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고급차 업체는 물론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수입차 업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제품만 보는 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 4월 충북 청주시에 문을 연 '제네시스 청주'에 세단 G90(왼쪽)과 G80이 전시돼 있다. 그 옆에는 고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다. 지상 6층, 지하 2층 건물인데 차는 10여 대만 전시돼 있다. 기존 자동차 전시장이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제네시스

◇제네시스 청주, 두 달 만에 1만명 방문

지난 4월 충북 청주시에 들어선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제네시스 청주’가 대표적이다. 하남, 강남, 수지, 안성에 이은 다섯 번째 전용 전시장으로, 규모(약 2103평) 면에선 가장 크다. 멀리서도 기존 전시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투명한 유리 건물 아래 길게 뻗은 나무 캐노피(차양)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를 따라 1층 실내에 들어서면 한지와 나무 등 한국의 전통미를 마주하게 된다. 리셉션과 시승·차량 인도를 위한 라운지가 이곳에 위치해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멀리서 외관을 보고 궁금해 차를 돌려 방문하는 방문객도 다수 있다”고 했다.

제네시스 청주는 지상 6층, 지하 2층 건물에 전시된 차가 10여 대에 불과하다. 차량 상담과 시승 등 자동차 전시장 본연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휴식과 각종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몄다. 5층 전시가 대표적이다. 현재 조성호 금속공예 작가와의 협력 특별전 ‘시간의 정원’이 열리고 있다. 한지 무드등 만들기, 빛·색·질감을 활용한 레진 아트 등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6층에는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라운지’ 등이 있다.

지난 4월 25일 개관 이후 제네시스 청주에 두 달 동안 1만명이 다녀갔다. 수도권 외 첫 전용 전시장인 데다가, 각종 체험이 가능한 구성 등이 겹치며 입소문을 탔다. 평균 체류 시간도 길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반나절 이상 체류하는 고객도 많다”며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장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활동이 펼쳐지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페·쇼핑몰…접근성 높이는 수입차

수입차 업체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고객들이 오갈 수 있는 전시장을 설치하고 있다. 14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센터’를 세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열었다. 한국의 대표적 명품 상권에 전시장 겸 서비스센터를 짓고, 중국·미국과 더불어 마이바흐의 3대 시장 한국을 공략하겠단 것이다. 총 5층(지상 4층, 지하 1층)에 연면적 약 845평(2795㎡) 규모 건물로, 차량 인도, 상담, 수리 등이 가능하다. 전용 멤버십 서비스 등 마이바흐 차주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벤츠 관계자는 “한국은 벤츠의 핵심 시장일 뿐 아니라, 현대적 럭셔리를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곳”이라고 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개관한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 /메르세데스 벤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렉서스 전시장 '커넥트투'. /렉서스

일본 혼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에 모빌리티 카페 ‘더 고’를 작년 4월 열었다. 혼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처음 선보이는 단독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일반 카페처럼 커피·음료·디저트를 주문해 먹을 수 있고, 차량 시승도 가능하다. 일본 도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작년 10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커넥트투’를 오픈 10주년을 맞아 새단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