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전기 세단 EV4는 가성비와 개성이 공존하는 차다. 보조금을 포함한 시작 가격이 3400만원 안팎으로, 작년 출시한 전기 SUV EV3와 거의 같다. 이 가격대의 무난함을 기대했는데 최근 서울 일대에서 시승하며 받은 느낌은 다소 달랐다. 우선 곳곳에 직선을 강조한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 돋보였다. 차 길이(4730mm)와 폭(1860mm)은 아반떼와 비슷하지만 차량 옆면 등에 직선 라인을 강조해 훨씬 길고 날렵한 인상을 받았다. SUV 인기 속 전기 세단 모델의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세단 특유의 날렵함과 고급스러움을 지닌 전기차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답게 빠른 가속은 물론, 주행 거리도 만족스러웠다. 81.4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533km(롱레인지 모델 기준)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에어컨 등 실내 공조를 이용할 때 전력 소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트렁크 공간도 490L(리터)로, 동급 세단 대비 넓은 편이라 큰 짐을 싣기에 충분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실내 공간이 다소 좁다는 인상을 받았다. 성인 남성 기준 운전석 레그룸은 충분했지만, 헤드룸이 좁게 느껴졌다. 시트의 기본 위치가 내연차 세단 대비 높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콘솔 테이블의 재질이 아쉬웠다. 고무가 아닌 잘 미끄러지는 재질이어서, 휴대폰 등 물건을 올려두면 주행 도중 수시로 떨어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