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1년 보조금 폐지를 전후로 국산 모델이 모두 단종되고, 수입 모델만 남으며 내리막을 걷던 판매량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입차는 풀하이브리드(모터가 엔진을 적극 보조하는 차) 모델이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PHEV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5월 PHEV 판매량은 6287대로 작년 동기(2913대) 대비 116% 늘었다. 하이브리드(30%)·전기(18%)·디젤(-50%)·가솔린(-38%) 등 모든 연료 중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PHEV 비율도 작년 2.9%에서 올해 5.7%로 늘었다. 1~5월 기준 PHEV 판매량은 2021년(9141대) 최고치를 찍고 작년까지 계속 줄었는데,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PHEV는 내연기관의 엔진과 전기차의 모터·배터리가 모두 장착돼 있는 차다. 하이브리드차는 모터가 주행 중에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PHEV는 전기차처럼 모터로 수십 ㎞를 달린 뒤 장거리는 내연차처럼 엔진으로 달린다. 과거엔 PHEV의 모터 주행거리가 짧았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이 거리가 늘면서 충전 부담이 더욱 줄고 있다. 작년 12월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PHEV 세단 ‘E350e 4MATIC’은 모터로만 주행 가능한 거리가 77㎞로 기존(33㎞)의 두 배를 웃돈다.

국내에선 최근 연비가 높은 풀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수입차 업체 중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만 이를 내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제성을 중시하는 수요 중 상당수가 PHEV로 옮아붙고 있단 분석이다. PHEV 차종도 2020년 25종에서 올해 44종으로 늘었다. 포르셰(9종), BMW(7종), 벤츠(7종) 등 독일 업체들이 많은 모델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내연차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전기차 역시 충전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당분간 PHEV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