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운전자가 차에 탄 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충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외팔형 로봇이 충전구 덮개를 열어 충전기를 꽂아 충전한 뒤, 충전기를 빼고 덮개를 닫는 단계까지 스스로 한다. 내연차 비율이 점차 축소되며 자동화 관련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불편함으로 꼽는 충전의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는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업무용 차량을 대상으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사진)’ 실증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2027년까지 2년간 운영을 하며, 각종 문제를 검증한 다음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전기차 운전자가 ACR 충전 구역에 주차하고 차량 전원을 끄면, 로봇이 차에 신호를 보내 덮개를 연 뒤 3D 카메라로 충전구를 인식해 충전기를 체결하고, 충전하는 방식이다. 실증 단계에선 로봇이 번호판을 인식해 업무용 차량인지 확인하고 80%까지 충전을 한 다음, 자동으로 충전기를 뽑아 제자리로 돌아가고, 덮개도 다시 닫는다. 충전량이 80%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운전자가 차 문을 열면 충전은 중단된다. 앞으로 상용화 단계에선 앱을 통해 충전량과 금액 등을 설정하면 이에 맞춰 충전하거나, 추후에는 충전 로봇이 번호판을 인식해 차량 정보와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충전하는 방식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은 업무용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했고, 2026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110기를 갖출 예정으로 실증 대상이 많다는 점에서 자동 충전 로봇을 활용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5분 충전으로 수백km를 갈 수 있는 급속 충전 기술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충전 로봇이 확산하면, 운전자가 차에 탄 채로 몇 분이면 충전을 끝내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고가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로 꼽히던 ‘셀프 충전’ 문제 해결에도 충전 로봇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