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9은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차체 길이는 5060㎜로 경쟁 모델인 기아 EV9 대비 50㎜ 길다. 시승 전 이런 차 크기가 운전에 부담될까 걱정했지만, 기우(杞憂)였다. 이달 초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이오닉9을 시승하면서 받은 느낌은 ‘차가 날렵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기존 현대차의 전기차에 비해 외부로 돌출된 부분이 작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적용돼 비교적 좁은 공간에 주차하기에도 불편하지 않았고, 유턴할 때 회전 반경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시승 도중 폭우가 쏟아졌지만, 외부 빗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실내는 조용했다. 차량 앞유리와 전면·후면 문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고, 노면에서 차량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을 제어하는 기능을 탑재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 실감 났다. 실내 공간도 역시 기존 현대차 전기차 대비 향상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콘솔을 뒤로 옮겨, 그 자리에 가방 등을 놓을 수 있게 ‘아일랜드 2.0 콘솔’을 처음 적용했다. 아이오닉 5에 탑재했던 기존 콘솔(140㎜)보다 이동 반경을 40㎜ 늘렸다. 이 콘솔은 1열뿐 아니라 2열에서도 여닫을 수 있게 설계돼 수납이 편리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패밀리카로 부족한 점이 없다는 인상이 들었다. 아이오닉 9은 기본 적재 공간이 620L(리터),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2462L까지 늘어난다. 레그룸과 헤드룸 역시 동급 차량 대비 넉넉한 편이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 역시 110.3kWh(킬로와트시)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532㎞에 이른다. 현대차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다. 가격은 6715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