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그룹, 혼다 등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잇달아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리비안 같은 미국 전기차 업체들이 지난 수년 동안 온라인으로 차를 팔면서 소비자들이 이 방식에 익숙해졌고, 미국 시장에서 딜러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까지 커진 영향이다. 미국에선 딜러가 자동차 업체에서 차를 들여와 고객에게 파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판매 가격의 불투명성과 딜러가 과도한 마진을 챙긴다는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혼다와 소니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지난달 첫 전기차 ‘아필라’의 사전 계약을 시작하며 딜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인수한 전기차 브랜드 스카우트도 작년 말 신차 출시 계획을 밝히며 온라인 전용 판매 방침을 밝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차를 판매하면 유통 비용을 절감해 기존 대비 차 판매 가격을 4% 안팎 줄일 수 있다. 딜러마다 할인 폭이 달라 소비자들이 ‘깜깜이’ 상태에서 차를 구매하는 일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자동차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내면 온라인 차량 판매가 더욱 확산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옵션 선택의 폭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차를 구매하기 더 쉽다”고 했다.
다만 온라인 판매 확산에 따른 진통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선 딜러 단체가 폴크스바겐그룹 등이 기존 딜러망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직접 판매를 금지하고, 제조사와 판매권 계약을 맺은 딜러만이 신차를 팔 수 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도 여러 주(州)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온라인에서 차를 팔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문과 결제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현대차는 현지 딜러망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집에서 가까운 딜러들이 올려놓은 차량 정보를 볼 수 있게 해 현지 법규와 충돌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