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수입차 업체들이 파격적 마케팅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이달 전기차 ‘어벤저’와 ‘e-2008’에 예상 보조금만큼 가격 할인을 제공한다고 4일 밝혔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지난달 정해졌지만 지자체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지자체 보조금을 예상해 차 값을 미리 할인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전기차는 지자체에 보조금을 신청해 승인을 받고 차 값에서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뺀 금액을 내는 구조인데, 이처럼 보조금 확정 이전에 할인된 값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수입차 업계는 최근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 심리 위축,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의 영향에 수입차가 다수인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붙이는 정책이 작년 시행된 결과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작년 수입 승용차 판매량은 재작년 대비 7.1%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판매량은 3.9% 줄어드는 데 그쳤다.

볼보 코리아는 지난 3일 전기차 ‘EX30’을 국내에 출시하며 사전 계약 때보다 최대 300만원 안팎 가격을 낮췄다. 기본 트림(세부 모델)이 4755만원, 상위 트림이 5183만원이다. 유럽(약 5400만원)과 미국(약 6600만원) 대비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볼보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 세계 최저가에 공식 판매가를 설정했다”고 했다. 비야디 코리아가 지난달 사전 계약을 시작한 전기차 ‘아토3’도 가격이 3150만원으로, 일본(약 4200만원)과 유럽(약 5700만원) 등 주요국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저가 모델 출시도 잇따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중형 및 대형 SUV 4개 모델에서 선택 가능한 트림을 기존 6종에서 올해 10종으로 확대한다. ‘AMG’ 트림으로만 구매할 수 있던 ‘GLC 300 4MATIC’에 그보다 저렴한 ’아방가르드’ 트림 등을 추가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가 수입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올해는 화두는 저가 시장이 될 전망”이라며 “가격을 할인하고 각종 마케팅을 통해 살아남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