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가 개막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West Hall). 현대모비스 부스에 전시된 ‘EV9′ 운전석에 올라타자, 차 앞유리를 좌우로 길게 채운 세 개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조작을 통해 유리에 차량 좌·우·후방 영상을 띄울 수 있었고, 자동차 보닛 주변 장애물을 표시하는 기능도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독일 광학 기업 자이스와 개발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다. 얇은 투명 필름을 유리에 부착해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정보를 골라 띄우는 기술로,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이르면 2027년부터 실제 양산에 들어간다.

올해 CES는 완성차 기업과 부품사 등 모빌리티 기업들이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자동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리다. 자동차가 IT(정보기술)와 접목되는 요즘 많은 운전자가 주행을 보조하는 장비와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유리 등 필수로 여겨졌던 자동차 부품은 오히려 제 기능을 상실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을 새롭게 활용하거나, 기존 대비 안전과 효율성을 높인 기술을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그래픽=백형선

◇유리의 변신

독일 BMW도 이날 차량 앞 유리 밑부분에 각종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 ‘BMW 파노라믹 iDrive’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모비스가 얇은 필름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했다면, BMW는 앞유리에 낮은 높이의 막을 설치해 빛을 반사시켰다. 새로운 기술은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추세에도 부합한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속도 등 여러 정보 중 원하는 것을 골라 디스플레이에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변화는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을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BMW 관계자는 “(새 기술은) ‘눈은 도로를 주시하고 손은 운전대에 둔다’라는 브랜드의 지향성을 재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내비게이션·속도 등 그간 주행 시 고개를 숙여 봐야 했던 정보들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LG이노텍이 올해 CES에서 처음 실물을 공개한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덩어리)’은 기존 제품 대비 크기를 15% 줄인 초소형 카메라다. 부품 크기가 작을수록 자동차 내부 공간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줬다고 한다. 이 카메라는 운전자의 졸음 운전과 동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판단한다. 얼굴 표정과 심박수, 시선 등을 카메라가 감지해 경고를 보낸다.

이 같은 자동차의 안전 장치는 자율 주행이 일반화되는 미래차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돌발 상황에 확실히 대비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바라보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탑재해 개인화

각 운전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의 개인화’도 올해 CES의 한 장면이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취향을 학습해 조명·음악·온도와 같은 주행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앞으로 자율 주행 기능이 확산되며 직접 운전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기에 모빌리티의 개인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차가 운전하는 수단이 아니라, 집과 같은 휴식의 공간 내지 놀이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는 올해 CES에서 공개한 ‘0시리즈’ 전기차 콘셉트카가 향후 양산될 때, AI(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BMW도 대화가 가능한 비서를 새로운 소프트웨어 ‘오퍼레이팅 시스템 X’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Hey BMW(헤이 비엠더블유)”라고 부르거나, 운전대 버튼을 눌러 호출 가능하다.

일본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CES에서 브랜드 첫 전기차 ‘아필라’의 실물과 주요 사양을 공개하고 북미 지역에서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자동차에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 내장돼 있고, 차량 뒷좌석에도 소리가 나오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가 차를 놀이와 휴식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