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6억2200만원부터 시작하는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 ‘스펙터’를 타봤다. 세계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는 2030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바꾼다. 그 시작인 차다. 2022년 10월 글로벌에 출시됐는데 이 가격에도 내년 출고 가능 물량까지 주문이 마감됐다.
스펙터를 마주하자, 웅장함과 유려함이 조화를 이룬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 전면부의 판테온 그릴이 지금까지 롤스로이스 차량 중 가장 크다. 판테온은 로마 시대 신전을 뜻하는 말로, 이 신전의 형상에서 영감받은 그릴은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요소다. 전장은 5490mm로 제네시스 G90보다 21.5cm 길다. 뒤로 갈수록 천장이 낮아지면서 날렵해지는 쿠페형 디자인이다. 쿠페형 롤스로이스 차량에 종전보다 더 큰 23인치짜리 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길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충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지붕부터 후면까지 곡선으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이 자칫 투박할 수 있는 크기를 유려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스펙터(Spectre)란 이름은 ‘유령’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강원도 원주시까지 약 90km 구간을 달리며, 2945kg에 달하는 차의 무게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감속과 가속, 코너링 모두 부드럽고 날렵했다. 스펙터의 최대 출력은 430㎾(킬로와트),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걸리는 시간)은 4.5초다. 무엇보다 유령이 움직이는 듯한 롤스로이스 고유의 정숙성이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고요 속에서 천장과 문 내부에 별빛이 비추는 것을 형상화한 조명 ‘스타라이트’가 밝게 빛났다.
스펙터는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히는 추위에도 강하다. 저온 환경에서 최대 주행 가능 거리(380㎞)가 상온 주행거리(386㎞)의 98% 수준이다. 다만 23인치 휠이 적용돼 차체가 높은 것에 비해 좌석 높이가 낮아 전방 시야가 다소 좁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