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전 세계 인력을 10% 넘게 감원하고 임원들을 해고하기로 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테슬라가 하이브리드 차종 등 대체 상품이나 대중성 있는 상품 개발에 소홀했던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로고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회사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기로 했다”며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최근 보냈다.

이번이 첫 구조조정은 아니지만, 규모로는 가장 큰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테슬라의 전 세계 직원 수는 14만 473명이다. 그 중 10%인 1만 4000여 명이 감원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2019년 직원 3000명을 해고했었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과 로한 파텔 부사장 등 임원이 포함됐다. 배글리노는 18여 년 동안 테슬라에 근무했고, 테슬라의 핵심 경영진 4명 중 하나로 꼽힌다.

구조조정의 원인으로는 우선 전기차 수요 둔화가 꼽힌다. 테슬라는 올 1분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 감소한 38만6000여 대 차량을 인도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 규모가 직전 년도보다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굴기로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수요가 예전만큼 가파르게 늘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정리 해고는 테슬라가 최근 2만 5000달러 수준의 저가 전기차 계획을 취소하며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대중적인 신차 대신, 기존 전기차 모델에 의존해 왔다. 기존 모델이 점차 노후화되는 상황에서 저가형 신차 계획까지 취소하면서,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추세에서, 하이브리드차 등 전기차를 대체할 차종이 없다는 것도 테슬라의 한계로 거론된다.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업체가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를 판매하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을 버티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