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건수는 늘고 아파트 신규 입주는 급감하는 엇갈린 흐름 속에서 국내 침대 시장이 지각 변동을 맞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혼수 수요를 선점한 시몬스가 3년 연속 매출 1위를 지켰고, 에이스침대는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하이엔드 시장에서 추격전에 나섰다. 그 와중에 급증하는 1인 가구 등을 구독 모델로 흡수한 코웨이는 외형 면에서 부동산 침체의 영향을 받은 두 전통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 침대 시장이 ‘럭셔리냐, 구독이냐’로 빠르게 양극화되는 가운데 중간 가격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혼수 수요·고가 라인 덕봤다
30일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이 3239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침대 전문 업계 1위를 수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 감소한 실적이지만, 작년 매출이 3173억원에 그친 에이스침대를 제쳤다. 시몬스는 한국 법인 설립 31년 만인 2023년 에이스침대 매출을 74억원 차이로 처음 넘어선 이후 2024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1위를 지켰다.
시몬스가 에이스침대를 처음 추월한 시점은 혼인 건수가 반등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 연속 감소하다 코로나 팬데믹 종식과 맞물려 2023년 반등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4만건으로 전년 대비 8.1% 늘며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결혼한 가구는 침대를 새로 장만하는 문화가 강하고, 혼수 침대는 가격 저항이 낮은 고가 구매가 집중되는 영역이다.
시몬스는 초고가 라인업으로 신혼부부들의 이 같은 ‘스몰 럭셔리’ 욕구를 공략했다. 침대만큼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급을 원하는 MZ세대의 가치 소비가 시몬스의 1위 등극과 수성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몬스의 대표 혼수 제품 중 하나인 뷰티레스트 지젤(KK 사이즈)은 작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7% 늘었다. 6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2023년 20%, 2024년 67% 늘었다. 1000만원 넘는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2016년 출시 이후 판매량이 연평균 10%대 성장을 지속해 왔다. 시몬스 관계자는 “국내 특급 호텔 침대 시장에서 90% 안팎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호텔 이용 후 실제 시몬스 침대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2023년 시몬스에 1위를 내주기 전까지 부동의 침대 1위였던 에이스침대의 반격도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에이스는 최상위 라인인 ‘에이스 헤리츠’와 ‘로얄에이스’를 강화하며 기술력에 기반한 하이엔드 시장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에이스침대를 찾은 예비·신혼부부 중 ‘로얄에이스’를 구매하는 고객 비율이 2024년 15.5%에서 작년 18.3%로 증가했다.
◇양극화된 침대 시장
하지만 시몬스와 에이스침대 모두 역성장을 피하지는 못했다. 혼인 건수는 2023년부터 반등했지만 신규 분양·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체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 새 아파트 입주가 줄면 이사가 줄고, 이사가 줄면 침대 교체 수요도 사라진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혼인 건수 반등이라는 호재를 상쇄한 셈이다.
전통의 두 강자가 주춤하는 사이, 그 빈틈을 파고든 것이 코웨이로 대표되는 렌털 업체들이다. 코웨이는 지난해 매트리스 부문 매출 3654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상으로는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를 모두 추월했다. 목돈 지출을 꺼리는 대신 편의성을 중시하는 1인 가구 급증과 맞물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내 침대 시장은 ‘K자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1000만원대 초고가 라인과 월 구독료 기반의 가성비 렌털이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한국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 기관 IMARC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조2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33년 2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6.7%씩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