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원자재 수급 불안정과 고환율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내 물가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커피 등 가격이 올랐고, 주요 닭고기 생산업체까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닭고기 등 육계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닭고기 생산 업체인 하림과 그 계열사인 올품, 마니커 등 주요 닭고기 업체들이 최근 대형 마트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5∼10% 올렸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도 10% 안팎 인상했다. 닭고기 업체들은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닭을 살처분하면서 수급 물량이 줄었고, 고환율 때문에 사료의 원재료인 수입 곡물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닭고기 소매 가격은 최근 ㎏당 6500원을 돌파했다. 주간 평균 소매 가격이 6500원을 넘은 것은 2023년 6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을 앞뒀거나 이미 가격을 올린 곳이 적지 않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바나프레소는 지난 20일부터 콜드브루와 디카페인 등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커피 원두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인이었다. 화장품과 제약 용기를 만드는 럭스팩은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원료의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추후 상황 악화 시 제품 품절, 원료 변경, 일정 지연, 단가 인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중동 사태로 인한 심리적 공포감이 확산되며, 수급 불안정과 물가 인플레를 자극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위생백, 비닐봉지 등 생활 필수품의 일시적 품절 현상이 대표적이다. 포장재 유통업체 ‘포장119’는 최근 “비닐 및 플라스틱 용기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국내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품목부터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편의점 점주는 “평소 일주일에 500장 정도 팔리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며 “하루 동안 50명 넘는 손님이 쓰레기봉투를 사려다 품절 안내만 듣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용 컵·포장재는 물론, 일반 가공식품의 비닐 포장재 같은 플라스틱 포장재 가격마저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스토어에서 과자류를 판매하는 조모(32)씨는 “과자 포장 파우치를 기존에는 후지급 방식으로 받았는데 최근에는 전액 선결제를 요구받았다”며 “전쟁 이후 거래 조건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플라스틱 배달 용기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일부 분식점과 소형 식당에서는 메뉴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