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라면·제과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하한다. 정부가 밀가루와 설탕 업체의 가격 담합에 대규모 과징금을 매기고, 민생 물가 관리를 명분으로 식품 업체들을 소집하는 등 가격 인하를 압박한 끝에 나온 조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라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식용유 업체 6곳(CJ제일제당·사조대림·오뚜기·대상·동원F&B·롯데웰푸드 등), 라면 업체 4곳(농심·오뚜기·삼양·팔도)이 다음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율은 식용유 업체가 평균 3~6%, 라면 업체는 평균 4.6~14.6%다.

삼양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2종의 출고가를 평균 14.6% 낮춘다.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농심은 안성탕면 등 라면 12종과 쫄병스낵(4종)의 가격을 평균 7%, 팔도는 라면 19종을 평균 4.8% 낮춘다. 오뚜기는 라면 8종과 식용유 4종 가격을 각각 6.3%, 6%씩, CJ제일제당은 카놀라유 식용유 2종 가격을 최대 6% 낮춘다. 이날 정부 발표와 별도로 해태제과도 비스킷 제품 2종의 가격을 최대 5.6% 낮추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 관리 드라이브가 식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일부터 이틀에 걸쳐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TF 불공정 거래 점검팀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소집한 업체들이 일주일 만에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엔 공정위로부터 담합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제분·제당 업계가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내렸고,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제빵 업체도 뒤따라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마도 이런 변화의 시기에 상품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처음 아닌가 싶다”며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준 기업들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실제 식품 업계에서 이처럼 대규모 가격 인하 발표는 이례적이다. 라면 업계는 2023년에 정부 요청에 일제히 가격을 내린 지 3년 만에 다시 가격을 내리게 됐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밀가루 같은 원재료 가격 하락을 명목으로 가공식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조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물류·인건비 등은 여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