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업체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 업체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모두 작년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회사 매그넘아이스크림컴퍼니(이하 매그넘) 역시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는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진열된 아이스크림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때 ‘국민 디저트’로 불리던 아이스크림 시장은 침체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점 매출 규모는 2015년 2조원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2024년(1조4000억원)엔 그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다른 제품에 비해 오프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판매 구조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경쟁 디저트 제품의 성장, 기후변화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 줄줄이 급감

국내 업체들의 최근 실적은 아이스크림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웰푸드는 작년 영업이익(1095억원)이 전년 대비 30.3% 줄었다. 건과·유지·식자재 등 모든 사업 품목의 매출이 올랐는데, 전체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빙과(아이스크림) 부문만 매출이 0.5% 줄었다. 빙과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빙그레도 작년 영업이익(883억원)이 전년 대비 32.7% 줄었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2020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이하 해태)을 인수한 뒤로, 롯데웰푸드와 빙그레·해태가 90% 안팎의 점유율을 나눠 갖는 양강 구도다.

원재료 가격 급등이 수익성 악화의 한 배경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 가격은 작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평균 톤(t)당 8182.6달러에 거래됐다. 2022년까지 2000달러대였다가 2023년(3309달러)부터 빠르게 치솟아, 불과 2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아이스크림을 쉽게 녹지 않게 만드는 코코넛오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코넛오일의 작년 연평균 판매 가격은 톤당 2480달러였다. 전년(1519달러) 대비 63% 오른 수치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역시 시장 침체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국내 유통 시장의 축이 코로나를 전후해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했지만,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 아이스크림을 할인 판매하는 전문점, 편의점 등이 포화 상태라 소비자들로선 가격 면에서 온라인 구매 시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국내 아이스크림 판매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3.7%였다. 편의점(32.6%), 무인 매장 등 전문 판매점(26.2%), 슈퍼마켓(23.6%) 순으로 높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네 판매에 묶여 있는 제품 특성상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인기 신제품의 부족, 아이스크림의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 감소, 건강 관리 트렌드 등도 시장 침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역시 주효하다. 과거 국내에선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 내리는 비가 장마에 집중됐지만, 작년의 경우 장마가 끝난 뒤에도 여름 전반에 걸쳐 비가 더 내리면서 성수기 효과를 기대만큼 보지 못했다.

◇몸집 줄이고 해외 노린다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몸집을 줄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비주력 제품의 일부 맛을 단종하는 한편, 월드콘 같은 주력 제품에 힘을 쏟고 있다. 작년에만 쮸쮸바 딸기, 쮸쮸바 망고 등을 단종하며 전체 상품 숫자를 전년 대비 13% 줄였다. 빙그레는 2020년 자회사로 인수한 해태를 지난 1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중복된 사업 조직을 통합하고, 해외 수출 등 판로를 효율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작년 새 공장을 가동한 인도, 빙그레는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이스크림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벤앤제리스를 비롯한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보유한 매그넘은 작년 영업이익(5억 9900만 유로)이 전년 대비 22% 급감했다고 지난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나오자, 하루만에 주가가 18% 급락했다. 네슬레는 최근 하겐다즈 등을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2019년엔 미국 아이스크림 사업을 매각했는데, 이제 모든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