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점심 한 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외식 업체들의 ‘가성비’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치킨 업체들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를 늘리고, 햄버거 업체는 할인 메뉴 판매 시간을 늘리는 등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다. 올해 송년회에서는 ‘1차는 고깃집, 2차는 맥줏집’ 같은 전통적인 문법도 깨졌다. 식사·술·디저트 등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해결할 수 있는 ‘가성비 뷔페’에서 점심에 연말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이 많았다.
◇점심 공략 강화하는 패스트푸드
치킨 업체들은 햄버거·샌드위치 등을 팔며 점심 장사에 뛰어들고 있다. 국밥 한 그릇 가격도 1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패스트푸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한 마리가 2만원을 넘어서고, 배달 경쟁도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고객이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점심 장사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찾은 것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 1층에 새 브랜드 ‘소싯’의 파일럿(시험) 매장을 열었다. 소싯은 ‘SAUCE(소스)’와 ‘EAT(먹다)’를 합쳐, 소스 중심의 메뉴를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가격은 세트 기준 1만원 안팎이다. 버거·샌드위치, 보울(bowl) 등 치킨 기반 메뉴와 소스 7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교촌 관계자는 “주변 회사원들이 주로 찾는다”며 “저녁에 집중된 기존 매출 구조를 점심과 이른 저녁 중심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BHC도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닭고기를 패티로 활용한 치킨버거 3종을 시험 판매하기 시작했다. BHC 관계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정 판매하는데, 하루 평균 버거가 50~100개씩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패스트푸드점은 할인 메뉴 운영 시간을 늘려 고객을 잡는다. 롯데GRS의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는 점심 할인 프로모션 ‘리아 런치’ 운영 시간을 기존보다 30분 늘린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기존보다 30분 앞당긴 오전 10시 30분부터 프로모션을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은 기존과 동일한 오후 2시다. 시즌 한정 신제품으로 일반 세트 할인율(10%)보다 더 높은 2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 데리 싱글팩과 치킨 싱글팩 등 2종도 출시했다. 예를 들어 일반 데리버거 세트에 단품으로 데리 싱글팩 메뉴를 더하면 1만원이 들지만, 데리 싱글팩으로 구매하면 그보다 21% 낮은 7900원 수준이 된다. 롯데GRS 관계자는 “심리적 허들로 작용하는 점심값 1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했다.
◇가성비 뷔페, 송년회 장소로 인기
고물가 여파는 송년회 풍경도 바꿨다. 적은 돈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송년회 장소로 저가 뷔페가 인기를 끌고, 저녁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심 시간대 모임이 늘어났다.
이랜드이츠의 뷔페 브랜드 애슐리퀸즈의 대표 직장인 상권 두 곳(강남역점·가산퍼블릭점)에선 지난달 첫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평일 예약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1건 늘었다. 특히 런치(오후 5시 이전) 예약이 271건 늘며 디너 예약 증가 건수(150건)를 크게 상회했다. 애슐리퀸즈는 평일 기준 런치가 1인당 1만9900원, 디너가 2만5900원이다.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직장인 상권에서 점심 회식 수요가 늘며 런치 증가세가 더 뚜렷했다”며 “8명 이상 대규모 회식보다는 4~7명 수준의 팀 단위 회식 증가율이 더 컸다”고 했다. 해당 뷔페에서 점심 회식을 했던 한 회사원은 “저녁에 만나 술을 먹는 부담도 줄이고,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의 수도권 오피스 상권 4곳(마곡 원그로브점·목동41타워점·합정역점·송도점)도 올 12월 10인 이상 단체 예약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