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맹점주들이 모이면 일종의 노동조합처럼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본사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반발에 나섰다.
이날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동일한 영업표지(상호)를 사용하는 가맹점주들은 일정 비율이나 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단체를 구성할 경우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가 공적 절차를 통해 가맹점주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공정위에 등록한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 조건 협의를 요청할 경우 본부는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가맹점주들의 협상 요청에 강제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 후 12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1000곳 이상이 포함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가맹점 사업자의 협상권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표성 확보나 협의 창구 규정 등이 미비하여, 복수 단체가 난립하고 협의 요청권을 남용해 브랜드 내 갈등이 증폭, 결국 경영 위축과 가맹점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본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많은 가맹본부가 연중 여러 단체와의 일방적인 협의에 대응하느라 적극적으로 사업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고스란히 가맹점의 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70%가 넘는 가맹점 10개 미만 영세 브랜드들은 줄줄이 폐업하거나 가맹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협회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개정안은 여러 단체가 협의를 요청하기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넓고 요청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지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가맹점주 단체의 명단도 비공개로, 가맹본부가 구성원들의 적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규정조차 없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추가 개정안을 논의해, 본 법안의 부작용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가맹점주 측에선 그간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나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가맹점주들과 가맹본부의 수직적 거래 관계, 경기 불황 등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소외돼 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