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충격이 고령 이용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쿠팡을 탈퇴하거나 다른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정보 공유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쿠팡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쿠팡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고 쿠팡플레이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이용하며 쿠팡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영향이다.
7일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 1~7월 쿠팡 순 결제 추정 금액에서 50대와 60대 비율은 각각 20.9%, 12.7%였다. 순 결제 추정 금액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 이체, 소액 결제 등으로 결제한 금액을 가리킨다. 50대와 60대 비율은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3%포인트, 3.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20~40대 비율은 모두 줄었는데, 50대 이상에서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쿠팡이츠의 경우 결제 추정 금액에서 5060 비율이 같은 기간 6.4%포인트 늘었다. 쿠팡플레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연령대는 50대(25.7%)로, 4년 동안 비율이 11.2%포인트 급증했다.
고령 이용자들은 7단계에 이르는 쿠팡 탈퇴가 쉽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은 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65)씨는 “개인 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퇴해볼까 싶다가도 뉴스에서 절차가 복잡하다는 말에 단념했다. 처음 쿠팡 가입한 것도 아들 덕분에 가입했는데, 부탁하기는 미안해 그냥 놔두고 있다”고 했다. 쿠팡을 대체할 이커머스를 찾고, 사용 방법을 새롭게 익히는 일도 어렵다. 네이버 카페나 소셜미디어 등엔 젊은 세대가 “쿠팡을 탈퇴하고 컬리를 이용하려고 한다” “쿠팡 탈퇴 1일 차” 같은 글을 올리고 있지만, 고령 이용자들에게는 쿠팡을 탈퇴하더라도 다른 이커머스 이용법을 익히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 이용자들은 피해 예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미싱(문자 피싱) 번호 도용 차단,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 가입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들이 공유되고 있지만, 고령층은 이런 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