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비중이 높았던 방한 외국인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K컬처의 인기가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면면도 다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 기업들도 면모가 다양해진 외국인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73만명으로 7월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약 145만명) 수준을 처음 넘어섰다. 특히 주목할 점은 관광객들의 국적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에 자국민 100명 이상이 여행을 온 국가는 94국이었으나, 지난 7월에는 113국으로 늘었다.
중국인(34.7%)과 일본인(17.3%) 비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보다 줄었다. 한국을 찾는 국적 순위 1, 2위 국가의 비율이 나란히 감소한 것이다. 반면 3위 대만(11.5%)과 4위 미국(7.6%)은 비율이 각각 3.7%p, 0.9%p씩 늘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는 방한 관광객이 4년 전에 비해 20.3%, 57.7%, 67.2%씩 급증했다.
‘100명 이상’이라는 단서가 달린 공식 관광 통계와 달리 유통 업계가 집계하는 방문 외국인의 국적은 더욱 다양하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을 찾은 소비자의 국적은 189국에 달한다.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40% 증가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고객의 매출이 각각 250%, 226% 증가했다. 매장 직원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16개 언어를 실시간 통역해주는 휴대용 번역기를 활용해 고객을 응대한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는 156국의 소비자가 방문했다. 2021년 40국에서 3년 새 네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은 무료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운영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같은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상주시키고 있다.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QR 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길 찾기 서비스도 도입했다. 스마트폰으로 매장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초 명동 지점에 38국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AI(인공지능) 통역 데스크를 도입했다. 투명한 유리 패널에 번역된 언어가 실시간으로 뜨는 이 시스템은 고객과 직원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뿐 아니라 태국어, 베트남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도 번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