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 투자 자산이 지난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둘째로 빠른 속도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비롯해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기업들이 해외 법인 등을 설립하며 직접 투자에 나선 결과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 자산이 2조5100억 달러(약 3500조원)로 OECD 38국 중 16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대외 순채권국으로 전환한 2014년(1조700억 달러) 대비 2.34배 증가한 것이다. 증가 속도 면에선 OECD 국가 중 1위 캐나다(2.43배) 다음이었다. 해외 투자 자산은 직접투자(FDI), 주식, 채권 등 증권 투자, 예금, 대출 등 한 국가가 해외에 보유한 전체 자산을 뜻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지난 10년 동안 위험 회피 성향에서 수익 목적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2014년에는 준비자산(33.9%), 직접투자(24.3%), 예금, 대출 등 기타투자(19.9%) 비율이 컸다. 반면 2024년에는 직접투자(30.4%), 주식(29.6%), 채권(10%)의 비율은 증가한 반면, 준비자산(16.5%), 기타투자(11.7%)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자산별 증가 속도 면에서 주식(5.2배)과 채권(4배), 직접투자(2.9배)가 두드러졌다. 대출, 예금 등 기타투자는 1.4배, 외환보유고 등 준비자산은 1.1배로 증가 속도가 느렸다.
직접투자 및 주식·채권투자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3년 직접투자 중 미국의 비율은 29.6%로, 중국과 홍콩을 합친 17%보다 컸다. 지난 2013년에는 중국과 홍콩이 32.8%로 1위, 미국이 17.9%로 2위였는데 순위가 역전됐다. 주식과 채권투자에서는 미국 비율이 2013년 37.1%에서 2023년 59.2%로 늘어나며 ‘미국 집중도’가 심화됐다.
대한상의는 해외 투자를 위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상 해외 기업 인수 시 인수액의 5~10%를 세액공제 해주고 있으나, 이는 인수 대상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국가 전략 기술인 경우에 한정된다. 리튬, 흑연, 희토류 등 국가 전략 광물에 대한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 융자 규모 확대, 민관 공동 투자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한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세계적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새로운 국부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투자가 선진 기술 확보, 공급망 안정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