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 https://youtu.be/IO4fn5QZtcg

16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56% 하락한 3만961.8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13% 떨어진 3901.35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43% 하락한 1만1552.36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13일 8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급락했던 월가 증시는 이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시소 타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머스크 “금리 내려야”’, ‘어닝 리세션 우려’, ‘로봇 산업 주목의 이유’를 꼽았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혁신기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 목소리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주장했습니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얘기인지 영상에서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용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 https://youtu.be/IO4fn5QZtcg

◇ 머스크 “금리 내려야”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에 대해 언급한 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는 1억 명에 달합니다.

머스크는 14일 트위터에서 한 이용자가 ‘연준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드롭(drop) 0.25%’라고 답했습니다. 기준금리를 25bp(bp=0.01%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는 혁신기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를 하면서 올린 글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이어진 대답이라는 데서 흥미롭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큰 타격을 받은 테크주 진영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자이언트 스텝’ ‘빅스텝’ 등 큰 폭이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14%,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55%나 하락했습니다.

캐시 우드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디플레이션이 파이프라인에 있다”며 “코로나 이후 가격 정점에서 목재는 -60%, 구리 -35%, 원유 -35%, 철광석 -60%, D램 -46%, 옥수수 -17%, 발틱운임지수 -79%, 금 -17%, 그리고 은은 -39%”라고 적었습니다. 이후 머스크가 “이는 감지하기 힘든 것도 비밀도 아니다”라고 캐시 우드에게 응답을 하자 다시 한 이용자가 “연준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캐시 우드가 트위터에 게시한 글. /자료=트위터

월가 전망인 8.1%보다 높은 8.3%라는 8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최소한 75bp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100%에 달하고, 100bp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머스크와 캐시 우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머스크는 앞서 10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연준 금리 인상의 가장 큰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머스크가 미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문제라면 미 연준은 금리를 낮춰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캐시 우드도 지난 6월 유통업체들의 재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나의 투자 커리어 와중이 이렇게 재고가 치솟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인플레이션은 곧 풀릴 것이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성장이 희소해져서 성장주가 각광을 받게 됩니다. 최근 캐시 우드가 성장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발표로 월가 주가가 급락하던 지난 13일에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로쿠 등 27개 종목을 대거 매입했습니다. 이는 하루에 매수한 종목 숫자로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8월 소비자물가가 나온 이후 물가가 앞으로도 고공 행진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입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향후 물가가 연준의 목표인 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후에는 물가가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하더라도 당분간 고공 행진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경제 분석 회사 게이브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나톨레 칼레츠키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부터 연말까지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1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를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8월과 같이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달 대비 0.6% 수준으로 오른다면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에 6.6%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긴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은 8월 소비자물가가 나온 후에 트위터를 통해 “만약 내가 9월에 50bp에서 100bp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연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100bp를 선택하겠다”고 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EPA 연합뉴스

월가에선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현재 9월 기준금리 확률은 75bp 인상이 80%, 100bp 인상이 20%입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에 따라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 우려도 나옵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4.5%에서 6% 범위의 상단을 향해서)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민간 부문의 신용 성장을 낮추고, 민간 부문의 지출을 낮춰서 경제를 끌어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달리오는 금리가 연 4.5%로 오르기만 해도 주가에 20%의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 2.25~2.5%입니다. 달리오는 향후 10년 간 인플레이션도 시장에서 예측하는 2.6%가 아니라 약 4.5~5%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주가를 제약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로이터 연합뉴스

◇ 어닝 리세션 우려

이날 미국의 8월 소매 판매 지표가 발표됐습니다. 미 상무부는 8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3% 증가한 6833억 달러로 집계했습니다. 월가에서는 8월 수치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증가세를 보인 것입니다.

미국의 월별 소매판매 추이. /자료=미 상무부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 6월에 전달보다 0.8%의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7월에는 0.4% 줄어든 것으로 수정 발표됐습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8월의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증가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아직까지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침체(리세션)’ 우려는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 세트가 S&P500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침체’를 언급한 경우를 따져 봤더니, 240개 기업이 침체를 얘기했습니다. 이는 적어도 ‘침체’ 언급에 대한 집계 내용이 있는 2010년 이후에 가장 많은 것입니다. 5년 평균인 52곳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직전에 가장 많았던 때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1분기의 212곳이었습니다.

실적 발표 때 침체를 언급한 S&P500 기업들의 분기별 추이. /자료=팩트세트

한편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기업은 412곳이었고, ‘공급망’을 언급한 곳은 325곳이었습니다.

팩트세트는 이 같이 침체를 언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3분기 실적 전망을 낮추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3분기 실적 전망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 증가율 전망은 현재 전년 대비 3.7%입니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9.8%였지만 두 달 사이에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런 전망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3분기 실적 증가율은 2020년 3분기(-5.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 됩니다.

애널리스트들의 S&P500 기업들에 대한 3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8월 말에 56.21달러로 6월 말의 59.44달러 대비 5.4% 하향 조정됐습니다. 통상 분기의 첫 두 달 동안은 EPS 전망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2020년 2분기(-35.9%) 이후 최대 하락 폭입니다. 지난 20년 평균 조정 폭인 -2.9%보다 훨씬 큽니다.

이뿐 아닙니다. 같은 기간 동안 4분기 EPS 전망은 3.5%, 내년 EPS 전망은 2.8% 하향 조정됐습니다. 경기 둔화나 침체 우려가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전망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닝 리세션은 기업 이익이 2분기 연속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어닝 리세션은 경기 침체보다는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는 있지만, 아직 수치 상으로 어닝 리세션이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야데니 리서치와 같은 곳은 3분기에 S&P500 기업들의 실적 증가율이 전년 대비 -5.4%, 4분기는 -3.8%로 추정하면서 두 분기 연속 전년 대비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 로봇 산업 주목의 이유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 감축법(IRA)이 로봇 산업에 대해 관심을 촉발시키는 ‘연쇄 효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 및 과학기술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했습니다. 이 두 법안은 각각 2800억 달러, 369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정책으로 향후 미국의 핵심 산업과 투자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런 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에서 소비되는 제품들의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는 관세와 보조금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전망입니다.

법안이 발효된 이후 관련 기업들은 빠르게 미국 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인텔은 그 동안 미뤄왔던 미국 내 대규모 공장의 착공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를 보류했던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그 밖에 반도체, 전기차 관련 수많은 기업들이 미국 생산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 흐름에 따라 미국 생산공장에 설치될 미국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 /AP 연합뉴스

현재 글로벌 제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의 생산공장은 이미 생산라인에 소수의 인력만 투입되며 대부분의 주요 공정이 자동화돼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기존의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라 무인운반차량(AGV)에 차량을 얹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유연성과 스피드를 극대화하고 있고, 알루미늄 합금액을 틀에 주입한 후 높은 압력으로 찍어내는 기가 프레스 방식을 통해 40%의 비용과 수십 가지의 부품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도체, 2차전지 공장 또한 이미 인력이 아닌 로봇이 제조경쟁력의 핵심입니다.

로봇은 조립과 운반이라는 두 가지 기능에 따라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나누어집니다. 현재 로봇산업은 공장 자동화에 관련된 로봇들이 절대적인 비중입니다. 미국은 그 동안 첨단 IT(정보기술) 제품 제조의 대부분을 중국 등 신흥국에 의존해 왔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량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테슬라는 전기차의 70% 이상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생산공장 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 설치량으로 보면 미국은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의 10%에 불과합니다. 이번 법안들을 통해 미국 내 생산공장 투자가 얼마나 빨라질 지가 관건입니다.

폴크스바겐의 한 공장에서 로봇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내 생산공장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미국 로봇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인 미국 테라다인이 2015년 유니버셜 로봇을 인수하면서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고는 있지만 산업용 로봇시장의 50%를 일본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 중국이 경쟁력이 있는 로봇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투자가 진행되면 핵심 제조라인에 일단 중국산은 배제하면서 일본, 독일의 로봇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향후 자국 로봇 기업들의 육성을 통해 생산공장 투자가 가져올 거대한 시장의 과실을 오롯이 가져갈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테크주 투자 진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을 할 것이란 월가 주류의 생각과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 전략을 우선으로 가져 가되,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따져 보는 정도로 대응하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미국 소비가 크게 나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소비가 주춤하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실적 악화 가능성을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국 정부가 미국 내 투자를 우선시하면서 로봇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동화된 공장이 미국 내에 대거 들어설 때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스토리입니다. 로봇 산업 추이를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