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7% 상승한 3만1029.31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S&P500은 0.07% 떨어진 3818.83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03% 하락한 1만1177.89에 마감했습니다.

[밤 사이 미국 증시 상황 영상으로 확인하기] : https://youtu.be/7QLBZz81F5Q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50년 만에 최악 상반기’, ‘파월 “연착륙 장담 못해”’, ‘룰 오브 텐?’을 꼽았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서 월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혁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이자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 별칭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내 45년 경력에서 이렇게 재고가 많이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재고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미 미국이 경기 침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CEO 중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의 침체는 불가피하고,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발언의 이유를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돈나무 언니와 머스크의 발언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7QLBZz81F5Q

◇ 50년 만에 최악 상반기

S&P500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19.9% 하락했습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21% 하락했던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익률입니다. 1970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S&P500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서 공식적으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가 지난 주 상승세에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이번 주 다시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어마켓이 계속 진행될 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입니다. 과거 자료를 보면, 경기 침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베어마켓의 지속 기간과 하락폭이 갈렸습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있었던 11차례의 S&P500 베어마켓을 분석해 보니 평균 지속 기간은 16개월이었고 평균 하락폭은 35.1%였습니다.

그런데 침체가 동반하지 않았던 베어마켓의 경우에는 평균 지속 기간이 6개월이었고, 평균 하락폭은 27.9%였습니다. 경기 침체가 동반하는 경우에는 평균 지속기간이 20개월로 늘어나고, 평균 하락폭은 37.8%를 기록했습니다.

웰스파고의 베어마켓 분석.

올해 베어마켓은 현재까지 6개월쯤 지속되고 있어서 앞으로 경기 침체가 없다면 조만간 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침체가 있다면 추가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베어마켓이 진행되는 와중에 잠시 상승했다가 빠지는 베어마켓 랠리가 발생해서 저가 매수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향후 경기 침체가 있을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또 향후 증시가 방향을 잡아가기까지 출렁임이 강할 수 있다는 데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날 1분기(1~3월) 미국 성장률 확정치가 나왔습니다. 앞서 발표된 잠정치인 -1.5%보다 다소 낮은 -1.6%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가 잠정치보다 나쁘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잠정치 발표때는 소비가 전기보다 3.1% 증가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1.8% 증가한 것으로 수정됐습니다. 소비 증가율은 코로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소비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번 분기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표된 경제 지표들로 보면 이번 분기에 0.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성장이 좋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편 미국 기업인들의 낙관론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듀크대와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분기마다 공동으로 조사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 조사에 따르면, CFO들의 낙관론 지수가 50.7을 기록해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조사를 담당한 듀크대의 존 그레이엄 교수는 “금융 긴축이 경제 전망을 악화시킨 이유 중 하나였다”고 했습니다.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의 미국경제 낙관론 추이

CFO들의 향후 12개월 간 GDP 성장률 전망은 1.5%로 지난 분기 조사의 2.5%보다 확 떨어졌습니다. CFO 다섯 명 중 한 명(20.8%)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비율은 이전 분기의 12%에서 역시 확 늘어난 것입니다.

이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1%를 기록했습니다. 전날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리도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파월 “연착륙 장담 못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9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의 패널 토론에 참석해서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걸 장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의회에서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연착륙에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강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2% 인플레이션 경로를 달성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가능할 지 장담 할 수는 없다(no guarantee)”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가운데). /로이터 연합뉴스

대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긴축 정책을 견디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더 큰 고통이 예상되는 만큼 고통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 이후 경제가 이전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팬데믹 이후) 경제는 아주 다른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과거에 경험했던 경제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갈지, 혹은 그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항”이라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특히 노동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왜곡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최우선적인 책무는 “새로운 경제 환경 속의 물가 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을 단행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고 덧붙였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해서, 5월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 그리고 6월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시장은 연준 금리 전망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시장이 연준의 정책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건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연준이 생각하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연준 고위 인사들이 7월에 ‘자이언트 스텝’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습니다. 파월 의장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7월에는 50bp(bp=0.01%포인트)와 75bp의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빅스텝’과 ‘자이언트 스텝’ 모두 가능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준 고위 인사들이 75bp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7월의 75bp 인상 확률은 86.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조건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7월 회의에서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메스터 총재는 “이제 막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며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3.5%까지 올릴 것이고, 내년에는 연 4% 약간 위로 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미셸 보우먼 이사 등 연준 이사들 뿐 아니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공개적으로 7월에 75bp 인상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 룰 오브 텐?

공식적으로는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연준이나 미국 정부와 달리,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서 월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분석기관인 스트래티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돈 리스밀러가 2011년 만든 용어인 ‘룰 오브 텐(rule of 10, 10의 법칙)’이 이달 초부터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기지 금리와 휘발유 가격의 합이 10을 넘으면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간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논리적인 명확한 근거가 있기 보다는 경험 법칙입니다. 다만, 미국인들의 일상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수인 모기지 금리와 휘발유 가격의 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고통이 증가하고 경기가 침체로 갈 수 있다는 얘기는 가능합니다.

모기지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최근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발 맞춰서 연 5.81%까지 치솟았습니다. 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한 때 갤런당 5달러를 넘었다가 이날은 갤런당 4.868달러를 나타냈습니다. 둘을 합하면 10이 넘어갑니다.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추이. /자료=프레디맥

월가 빅 하우스들은 침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던 도이치뱅크는 글로벌 침체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제빙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침체 가능성은 50%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도이치은행은 미국의 경우 내년 말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침체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50대50의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웰스파고의 CEO 찰리 샤프도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로 향해 가고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샤프는 침체는 깊지 않고 짧게 지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업 대차대조표가 견실하고 소비자들이 견고한데다 경제의 수요도 좋다는 이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의 경기 침체 확률을 30%, 2년 후까지는 48%로 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경기 침체 확률을 이보다 약간 높은 40%로 보고 있습니다.

빅샷들의 경기 침체 관련 발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혁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내 45년 경력에서 이렇게 재고가 많이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재고 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이미 미국이 경기 침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CEO 중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의 침체는 불가피하고, 이미 왔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CEO 등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0%의 응답자가 내년 말 이전에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시장 금리 차이를 가지고 향후 경기 침체 확률을 추정하는 모델에 따르면, 내년 5월의 경기 침체 확률은 4.1%에 불과합니다.

10년 만기와 3개월 만기 금리 차이로 추정한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 추이. /자료=뉴욕연준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가 1970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덮친 가운데 이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펼친 때문입니다. 전쟁, 코로나, 공급망 우려 등도 주가를 위협했습니다. 하반기엔 주가에 반전이 있을지 주목해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착륙에 노력은 하겠지만, 연착륙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연준의 긴축이 세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에서 다양한 침체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아직 경기 둔화에서 그칠지 침체까지 갈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침체가 올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주가에 악재입니다. 침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