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61% 상승한 3만2637.19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99% 오른 4057.84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2.68% 상승한 1만1740.65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4% 오른 배럴당 114.0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월가의 리스크 입맛’, ‘피셔의 겁먹은 시장론’, ‘스냅이 알려준 것’을 꼽았습니다.

월가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월가의 ‘리스크’ 입맛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자세한 증시 분석을 해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월가의 ‘리스크’ 입맛

이날 월가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월가의 ‘리스크’ 입맛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미국에서는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통신용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컴퓨터 기업인 VM웨어를 인수한다는 것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수 규모는 610억 달러(약 77조원)입니다. 이는 올해 마이크로소트의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690억 달러)와 2016년 델의 EMC인수(670억 달러)에 이은 IT(정보통신) 분야 빅딜 중의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날 브로드컴 주가는 3.6%, VM웨어 주가는 3.2% 올랐습니다.

테크 분야의 빅딜이 발표되면서 전반적인 테크주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가격을 깎기는 하지만 인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아 인수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계획도 추가로 내놨습니다. 이에 테슬라 주가가 트위터 관련 부담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선언한 이후 테슬라 주가는 45%나 빠졌지만, 이날 테슬라 주가는 7.4% 급등했습니다. 이날 트위터 주가도 6.35% 급등했습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AFP 연합뉴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가격을 당초 제안한 440억 달러에서 335억 달러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가짜 계정’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초 가치 평가가 잘못됐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격을 깎은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수 자금 조달 계획에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마련하는 주식 펀딩 자금을 62억5000만 달러 더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당초 인수자금 440억 달러 중 125억 달러는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겠다고 했는데 그간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 등 19명의 투자자에게 71억 달러의 투자 지원 약정을 받았고 이번에 추가로 주식 펀딩을 늘리면서 테슬라 주식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81억 달러로 내놨는데, 이는 월가 전망인 84억4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면서 우려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외 거래에서 한 때 9%나 급락했지만, 이날 정규 장에서는 5.2% 상승 마감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계속 데이터센터 비즈니스의 전망이 좋다면서 엔비디아에 대해 ‘비중 확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월마트, 타깃의 ‘어닝 쇼크’로 타격을 받았던 유통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백화점 업체 메이시즈는 실적이 월가 예상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을 기존의 4.13~4.52달러에서 4.53~4.95달러로 오히려 높이면서 월가가 환호했습니다. 주가는 19.3%나 폭등했습니다. 향후가 소비가 괜찮으면서 이익도 기존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달러 트리의 한 매장. /로이터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체들인 달러 트리나 달러 제너럴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면서 주가가 각각 21.9%, 13.7%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높은 인플레로 인해 오히려 싼값의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저가 유통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인 -1.4%에서 -1.5%로 더 낮아졌습니다. 다만 개인소비지출은 2.7% 증가에서 3.1%로 오히려 상향 수정됐습니다. 재고가 줄면서 성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소비는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장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공동 저자로 존 윌리엄스 뉴욕연준 총재가 들어 있어 상당히 비중이 있는 내용입니다. 핵심은 소비자들의 향후 5년간 기대 인플레를 조사해봤더니 약 3%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기 인플레 기대 심리가 안정적이라면 긴축 정책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의 기대 인플레이션 추이.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 수준으로 황금색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뉴욕연준

◇ 피셔의 ‘겁먹은 시장론’

월가의 유명 투자자인 켄 피셔 피셔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겁먹은 시장’이란 평가를 내렸습니다.

피셔 회장은 억만장자 투자자로도 유명합니다. 재산이 재산은 53억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세계 500위권의 갑부입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운용 자산은 1970억 달러(약 250조원)에 달합니다. 피셔 회장은 아버지의 후광도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피셔입니다. 필립 피셔가 1958년에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성장 투자의 바이블로 꼽히며, 투자 관련 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1975년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1980년 ‘나의 투자 철학’ 등 3부작을 통해서 성장주 투자 전략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조선일보DB

가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도 30대였던 1960년대에 필립 피셔의 책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합니다. 버핏은 스스로 자신의 투자 스타일의 85%는 벤저민 그레이엄, 그리고 15%는 필립 피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레이엄의 투자 이론은 주가가 기업의 내재 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가치주를 매수하고, 만약 주가가 내재 가치 이상으로 오르면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립 피셔는 질적으로 우수한 기업이라면 주가가 비싸더라도 매수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 보유하라고 했습니다. 켄 피셔는 아버지의 투자 철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켄 피셔는 지난 24일 폭스 비즈니스 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을 ‘겁주는 스토리’가 최소 7개나 된다”며 “과거 조정이나 베어마켓(약세장)의 초입에서는 한 개나 두 개의 큰 ‘겁주는 스토리’가 있는 게 통상적인데, 지금은 한꺼번에 많은 ‘겁주는 스토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겁주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입니다. 피셔는 ‘불신의 비관주의’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해도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란 반응이 나온다는 거십니다.

켄 피셔는 침체 우려, 기름값 우려, 금리 우려와 중국 등 아시아의 코로나 봉쇄 우려를 ‘겁주는 스토리’의 사례로 꼽았고, 연준이 침체를 불러올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시장을 겁주는 스토리라고 했습니다. 폭스 비즈니스 뉴스는 기름값 상승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6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6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갤러당 4.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 /자료=미국자동차협회

그러나 켄 피셔는 미국에서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끔찍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성장이 더뎌지는 세상이 올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경우에 테크주와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켄 피셔는 “항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일어나는 일은 시장에서 하락이 크게 벌어지면 테크주가 시장 평균보다 더 떨어지는 것”며 “하지만 크게 반등할 때는 테크주가 시장 평균보다 더 오른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바닥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닥에 도달하면 테크주가 반등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 스냅이 알려준 것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이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제시했던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스냅 주가는 24일 43% 급락했습니다. 스냅 주가는 이후 이틀 동안 15.8% 반등했습니다. 스냅은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며 광고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신저인 스냅챗으로 유명한 스냅은 2010년 스탠포드대 출신 에반 스피겔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보낸 메시지가 10초 지나면 사라지는 서비스로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기업 인수를 통해 카메라 기술을 강화했으며 AR(증강현실) 카메라를 중심으로 다른 소셜미디어들과는 차별화된 플랫폼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재는 하루 활성 이용자수(DAU)가 올해 1분기 기준 3억3200만명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카메라, 맵, 스포트라이트 등 스냅만의 서비스들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한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스냅챗 앱. /로이터 연합뉴스

현재 스냅의 매출은 대부분 광고입니다. 스냅의 광고 사업은 스냅만의 다양한 필터, 렌즈, 아바타를 통해 다른 소셜미디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광고 서비스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대면 관련 제품들의 광고가 뜨거나 스냅이 제공하는 카메라 기능을 통해 컨텐츠와 광고 영상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스냅 광고 매출의 60%가 동영상 광고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시간이 늘어나고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스냅의 매출도 급증했습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은 코로나 이후 이례적인 고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작년 미국의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는 1893억 달러로 전년대비 35.4% 성장했습니다. 광고 시장의 3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색, 디스플레이, 동영상 광고 모두 크게 성장했으며, 특히 동영상 광고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현재 미국 검색 광고 시장의 60%를 구글이 점유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시장의 40%를 메타의 서비스들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광고 시장은 성장성은 높지만 경쟁도 매우 치열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디지털 광고 시장. 작년 1893억 달러로 전년대비 35.4% 성장했다. /자료=텍톤투자자문

광고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디스플레이, 동영상 광고 시장이 검색 광고에 비해 경기에 민감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파벳의 1분기 실적에서도 검색과 유튜브 광고 매출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음.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대부분 디스플레이, 동영상 광고가 매출의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 광고 업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와 광고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광고 시장은 올해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비즈니스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주가 하락으로 우울했던 월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긴축, 코로나, 인플레, 공급망 우려 등 월가를 괴롭히는 리스크 요인은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증시는 실제 경제 움직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 변화도 챙겨야 하겠습니다. 둘째,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가 최근 시장의 성격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과거 증시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맹신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증시에선 과거가 미래를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코로나 이후 고성장했던 기업들이 주가 조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너무 과한 기대를 한 것 아니냐는 반성이 월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코로나 이후에 바뀐 것은 있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 때는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