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6% 상승한 3만2120.28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95% 오른 3978.73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51% 상승한 1만1434.74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연 2.75%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금리 인상 유연성?’, ‘기업 실적 우려, 어디로’, ‘시겔 “바닥은 5% 범위 내”’를 꼽았습니다.
월가 증시에서 낙관론과 비관론의 힘겨루기가 한창입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는 트위터에 “(최근 미국 증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보는 것 같다”며 “비행기 추락사고를 보는 것 같다. 이것은 아프고, 재미있지 않으며, 웃음이 나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다양한 증시 전망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금리 인상 유연성?
지난 3~4일 열렸던 미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이날 공개됐습니다. 5월 FOMC에서는 200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 인상’을 했습니다.
앞서 1월 FOMC 회의록 공개 때는 양적긴축이라는 개념이 나왔고, 3월 FOMC 회의록 공개 때는 양적긴축 규모가 최대 950억 달러 규모라는 내용이 나오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재료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월가의 관심사는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 대한 추가적인 힌트가 회의록에서 나올까였습니다.
회의록에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다음 두 차례의 회의에서 50bp(bp=0.01%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한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다만 회의록에서는 추가적으로 “많은 참석자들은 완화 정책 철회를 서두르는 것은, FOMC가 올해 후반쯤 정책 긴축의 효과와 경제가 진전에 어느 정도까지 정책 조정을 필요로 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놓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연준 인사들은 “정책의 제약적 스탠스가 경제 전망과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변하는 데 따라 적절하게 바뀔 수 있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하반기에 금리 정책의 인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반기에 강하게 금리를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하반기에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의 ‘기어 변경’이라는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FOMC 회의록은 정확한 정책의 내용보다는 연준 내 다양한 견해의 범위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회의 후 발표문이나 기자회견처럼 합의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회의록에 나온 이런 내용은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가 “9월엔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는 게 타당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기본적인 관점”라고 했던 언급과 맞물렸습니다. 3차례의 ‘빅스텝 인상’이 이어진 후에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고 이 같은 정책을 평가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월가에서 전망하듯이 빅스텝 인상 이후에는 0.25%포인트의 통상적인 인상 스케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OMC는 다음 번 회의에서 50bp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성장 전망이 나빠진다면 FOMC는 이후 회의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25bp 인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라고 했습니다. 블랙록의 미국 기본 채권 부문 대표인 밥 밀러는 “7월 FOMC 이후에는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데이터 의존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유연성이 생기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입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시장 금리를 가지고 연준의 금리 확률을 추정하는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6월의 50bp 이상 인상 확률은 여전히 100%였습니다. 그 중 50bp 인상 확률이 93.3%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7월의 기준 금리 확률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25bp 인상 확률이 4.2%로 새로 등장했습니다. 6월과 7월 연달아 50bp씩 올릴 확률은 전날의 74.7%에서 89.4%로 떨어졌습니다.
◇ 기업 실적 우려, 어디로
5월 FOMC 회의록에서 시장을 크게 놀라게 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월가 3대 지수는 안도하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아마존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는 주총에서 “높은 비용을 극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아마존은 이날 2.6% 상승했습니다.
아마존은 이달 초 실적 발표 때 흑자를 낼 것이라는 월가 전망과 달리 38억 달러 적자를 발표했습니다. 2015년 이후 첫 적자입니다. 아마존이 지분 18%를 가진 전기차 회사 리비안의 주가 하락 때문에 평가 손실을 78억 달러나 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리비안 이슈를 제외해도, 회사가 밝힌 2분기 매출 전망은 1160억~1210억 달러로 월가 전망인 1255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 확대를 예상하고 창고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렸지만, 최근 온라인 쇼핑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유지 비용이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실적 발표 때 이 같은 과잉 고용 등에 따른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올해 작년보다 추가적으로 약 2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는 14%나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앤디 재시는 “우리는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비용 구조를 낮추고 있으며,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데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존은 4월부터 고유가와 고물가를 이유로 제3자 판매자에게 5%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비용을 전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병목과 인플레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아마존 주주총회에서는 20대1 주식 분할 방안도 가결됐습니다.
최근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실적 발표 때 비용 증가로 인한 ‘어닝 쇼크’를 나타냈고, 전날에는 소셜미디어 업체인 스냅이 광고 매출 전망이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내면서 월가 주가가 흔들렸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전날 43%나 폭락했던 스냅은 이날 10.7%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시장 정보 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이번 실적 발표 시즌에서 ‘공급망’을 언급한 경우는 이전 분기보다 다소 감소하면서 공급망 병목이 ‘피크(정점)’를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팩트세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15일~5월19일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공급망’을 언급한 경우가 33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5년 평균이 199건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때의 363건, 4분기 실적 발표 때의 357건에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다만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해 공급망 병목 이슈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는 작년 12월 4.45로 정점을 찍은 후에 하락세를 보이다가, 4월에 3.29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미 상무부는 4월 내구재 수주 실적이 전월대비 12억 달러(0.4%) 증가한 2653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7% 증가보다는 적은 것입니다. 3월 수치는 2750억 달러에서 2642억 달러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경제가 리오프닝 되면서 내구재 소비가 여행, 외식 등 서비스 소비로 전환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주당순이익을 월가 전망인 1.3달러를 상회하는 1.36달러로 발표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2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81억 달러로 월가 전망인 84억4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는 시간외 거래에서 한 때 9%나 급락했습니다.
◇ 시겔 “바닥은 5% 범위 내”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24일 CNBC에 출연해 미국 증시가 바닥에서 5% 범위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시겔 교수는 연초부터 미국 증시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는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를 해왔던 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바닥에 가까이 왔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시겔 교수는 “주식 가격은 실적을 금리로 나눈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 첫 3개월 반, 4개월 동안 시장 하락은 금리 상승 때문이었고, 최근의 약세는 분자에 있는 실적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연초에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가 주가 하락을 불렀고, 최근에는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불러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시겔 교수는 “여전히 바닥의 5% 범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어느 정도 반영이 끝나간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은 229.33달러로 작년(208.49달러)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실적 증가율인 48%보다 훨씬 낮아 보이지만, 양호한 실적 증가율 전망입니다.
한편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가가 연말에는 현재보다 20%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버코어의 수석 전략가 줄리안 에마누엘은 CNBC에 출연해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안 좋기는 하지만 경제가 침체를 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에마누엘은 “높은 가격으로 가는 길은 거시경제 뉴스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한 자리 숫자의 이익 증가를 볼 것이라는 사실에 집중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올 연말 S&P500 전망치는 4800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보다 20% 높은 수준입니다.
에마누엘은 최근 시장 하락의 원인으로 빅테크에 과잉 노출된 개인 투자자들을 지목했습니다. 이런 주식에 대한 대중의 매도세가 고갈돼야 상승장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여름 후반쯤 여전히 고용이 탄탄하고 인플레가 피크(정점)을 쳤다는 것을 알아채야 증시에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하락을 점치는 견해도 월가에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진행하는 MLIV 펄스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평균적으로 최근 하락장의 바닥을 S&P500 기준으로 3500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현재보다 10%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1월 고점 대비로는 27%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MLIV 펄스 설문은 지난 17~20일 진행됐고, 1009명이 응답했습니다.
월가의 비관론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현금은 쓰레기이고, 주식과 채권은 더 쓰레기”라면서 주식 시장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많은 거품이 제거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신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라는 조언입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는 트위터에 “(최근 미국 증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보는 것 같다”며 “비행기 추락사고를 보는 것 같다. 이것은 아프고, 재미있지 않으며, 웃음이 나질 않는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가 하반기에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빅스텝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속도 조절이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망이 바뀌는 데 따라 주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국 기업들은 월가의 실적 부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병목과 임금 상승 등으로 늘어난 비용을 상쇄하겠다는 것입니다. 비용을 떠 넘기기도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말도 합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어떻게 바뀔 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월가에서 주가 바닥 찾기가 한참입니다. 과연 미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나타날 지가 낙관론과 비관론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연준이 얘기한 연착륙에 성공하기를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