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 상승한 3만3286.25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2.57% 오른 4277.88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3.59% 상승한 1만3255.55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 급락한 배럴당 108.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오랜 만에 월가 파티’, ‘골드만, 세 가지 시나리오’, ‘건들락 “물가 10%로 오를 수도”'를 꼽았습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1% 급락한 배럴당 108.7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낙폭이 컸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에 산유량을 더 빠르게 늘리는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라크도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하는 등 산유국들이 증산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가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이 영향으로 주가가 올랐는데요. 관련한 전망을 방송에서 알아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오랜 만에 월가 파티
월가 주가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지만,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S&P500은 2.6% 오르면서 2020년 6월 이후 가장 상승폭이 컸습니다. 나스닥은 3.6% 급등하면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좋았습니다. 지난 7일 다우는 조정 국면, 나스닥은 베어 마켓(약세장)에 들어갔었지만 이틀 만에 크게 반등하면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날 그 동안 월가 증시를 짓눌러 왔던 유가가 갑자기 급락한 게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1% 급락한 배럴당 108.7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낙폭이 컸습니다. WTI 가격은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주에 배럴당 장중 한 때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에 산유량을 더 빠르게 늘리는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라크도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하면서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면서 원유 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생겼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요구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에 대한 여지를 내비치며 협상의 문을 열어 놓은 것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ABC 방송과 화상 인터뷰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가입 문제에 대해 냉정해졌다(cooled down)”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 등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분위기에서 저가 매수세가 주식 시장에 몰려 왔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테크주들이 크게 올랐습니다. 빅테크 주식인 메타(4.3%), 애플(3.5%), 아마존(2.4%), 넷플릭스(4.98%), 알파벳(4.96%), 테슬라(4.2%), 마이크로소프트(4.6%) 등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아마존은 장 마감 후에 20대1로 주식 분할을 한다고 발표해서 시간 외 거래에서 7% 쯤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연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테크주의 투자 심리 회복에 도움을 줬습니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명령으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첫 디지털 자산 전략이 수립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도 9%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여전히 견고할 수 있다는 지표도 나왔습니다. 9일 미 노동부는 ‘구인 구직 보고서(JOLT)’에서 1월 미국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1130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12월의 1150만 건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미국 기업들의 구인 자리가 넘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경제 활동이 활발한데다, 구인이 실업자보다 470만명이 많아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해결된다면 미국 경제에 일자리는 남아 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크레디 스위스는 9일 주식을 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습니다. 원유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낮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유입니다. 애드류 가트웨이트 크레디 스위스 전략가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유가는 침공이 있고 나서 2개월 후에 정점을 찍었다”며 유가가 배럴당 140~160달러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시티도 앞서 주식시장에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향후 6~8주 동안 하향 리스크가 남아 있을 것”이라며 “언제 끝날지 어디까지 하락할지 모르는 ‘베어 마켓(약세장)’에 확실히 다가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티의 제이미 파히가 이끄는 전략팀은 기업 실적 전망이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시장의 리스크가 가시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 골드만, 세 가지 시나리오
이날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원유 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 수입 금지 조치를 했고, 영국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단계적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독일 등 유럽 다른 나라들의 태도는 미온적이지만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11% 정도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산 원유 생산량은 하루 700만 배럴쯤 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러시아의 핵심적인 역할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제는 곧 역대 최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3월 들어 지금까지 러시아산 원유의 절반 정도가 팔리지 않았으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하루 30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합니다. 이는 역사상 시장에 원유 공급 충격을 준 순위로는 5번째로 많은 양입니다. 1위는 1978년 이란 혁명으로 하루 560만 배럴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미안 쿠르발린 에너지 리서치 담당 팀장 등은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 향후 유가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제한적인 러시아 수출 감소와 더불어 이란 핵협상이 보류되고 수요 주도형 리밸런싱이 나타나는 시나리오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약 45%의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하루 50만 배럴 쯤만 퇴출되는 경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2분기에 배럴당 115달러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배럴당 95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둘째, 러시아 원유에 대해 할당량이나 수입 면제가 주어지는 시나리오입니다. 약 40%의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이 경우 서방국가의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하루 200만 배럴쯤 감소하게 된다고 봤습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2분기 배럴당 145달러까지 상승하며, 내년엔 배럴당 125달러를 기록할 것을 전망했습니다.
셋째, 전면적인 러시아 원유 수출 봉쇄 시나리오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여기에는 다소 낮은 약 15%의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러시아 원유 수출이 전면 봉쇄되면서 지금보다 많은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가 퇴출되는 경우입니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2분기 배럴당 185달러로 급등하며, 내년에도 배럴당 155달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체의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8달러에서 배럴당 135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내년 전망치는 배럴당 105달러에서 배럴당 115달러로 올렸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잠재적으로 원유 공급에 안도감을 주기는 하지만 글로벌 원유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고유가에 따른 수요 파괴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한편 러시아 원유가 전면 봉쇄되는 경우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즈는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고, JP모건은 185달러를 예상했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보면 전면 봉쇄보다는 일부 국가들만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 건들락 “물가 10%로 오를 수도”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9일 웹캐스트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가 10%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건들락은 지금까지 미 연준이 인플레에 대응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적어도 9%까지 오를 것이며 연말에 소비자물가는 7.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이 수요를 파괴하고 미국 가계의 식품과 에너지 예산을 갉아 먹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스타일의 침체로 빠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건들락은 작년부터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면서, 미국 주식을 팔고 신흥국 주식을 사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신흥국은 이미 타격을 받아서 주가가 매우 싼 상태라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고객들에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시장의 요동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핑크 회장은 8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인플레는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은 이런 인플레로 생기는 구조적인 도전을 막을 정책 도구를 충분하게 갖고 있지 못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업들에게 비용 부담을 주게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평가하면서 기업들은 지역 내에서 투자를 늘리게 된다고 봤습니다. 핑크 회장은 “여유분을 만드는 것은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다음 실적 사이클을 봐야 충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실적 시즌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 때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10일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나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년 대비 7.8%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달에 7.5% 상승해 4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는데, 높은 인플레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미 현장에서 물가가 많이 뛰고 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5달러를 넘어서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9일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5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향후 몇 개월 내에 정점을 찍더라도 8~9% 수준은 보일 수 있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블룸버그의 3월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로 2월 조사 때의 7%보다 올랐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4.5%에 달합니다. 연준의 물가 목표 2%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유가 급등세에 짓눌리던 월가 주가가 나흘 만에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주가 파티’가 짧게 끝날지 ‘안도 랠리’가 나타날지 의견이 다양합니다. 주가 출렁임이 강한 때인 만큼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투자 전략을 짤 때입니다. 둘째, 다양한 유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 급등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서 주가에 악재가 됩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도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미국 소비자물가가 1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인플레는 앞으로 미 연준의 긴축 정책 속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시장에 돈줄을 죄고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만큼 인플레 지표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