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53포인트 떨어진 3만4377.81에 마감해 전날과 거의 같은 보합 수준을 보였습니다. S&P500은 0.3% 상승한 4363.80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73% 오른 1만4571.64에 마감했습니다. 미 노동부는 미국의 9월 소비자 물가가 전달 대비 0.4%, 전년 대비 5.4%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전망인 전달 대비 0.3%, 전년 대비 5.3%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5개월 연속 5%대 물가상승률’, ‘150억 달러씩 테이퍼링’, ‘금리 인상 준비하자는 매파’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5개월 연속 5%대 물가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월가 3대 지수가 13일은 혼조세를 보이다 S&P500과 나스닥을 중심으로 장 막판에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고작 0.53포인트 떨어졌지만, 장중 한때 260포인트나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9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달 대비 0.4%, 전년 대비 5.4%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지난 5월 5.0%를 기록한 이후 6월 5.4%, 7월 5.4%, 8월 5.3%, 9월 5.4% 등 5개월 연속 5%대 물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9월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달 대비 0.2%, 전년 대비 4%였습니다.
9월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전달 대비 1.2%, 전년 대비 42.1% 상승했습니다. 음식료 가격도 전달 대비 0.9%, 전년 대비 4.6% 상승했습니다.
다만 그간 물가 상승을 밀어 올렸던 중고차 가격은 8월에 전달 대비 1.5% 하락 한데 이어 9월에도 0.7% 하락했습니다. 다만 전년 대비로는 24.4% 올랐습니다. 항공요금도 전달 대비 6.4%나 떨어졌습니다.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했던 중고차 가격, 항공요금 등이 하락했는데도 물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우려되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공급 병목 현상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되는데, 공급 병목이 지속될지도 관심사입니다. 공급 병목과 관련해 다양한 소식들이 쏟아 집니다. 코스트코,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자체 컨테니너선을 빌려서 수입을 한다고 하고, 애플은 반도체 부족으로 아이폰 생산량 목표를 1000만대 줄였다고 합니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12일 국제금융협회 연설에서 인플레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앱을 통해 그때그때 제공되는 임시 일거리를 잡아 돈을 버는 경제활동)’를 들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핑크 회장은 “현재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동반하는 물가 급등)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은 지속하게 할 것”이라고 인플레를 우려했습니다. 핑크 회장은 최근 벌어진 에너지 대란 외에 임금 인상 흐름을 주목했는데, “일부 기업들의 노동력이 부족한 가운데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부 수당이 부족해지면 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핑크 회장은 특히 “긱 이코노미 아래에서 근로자들이 전통적인 연금과 다른 정부 수당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더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됐지만, 사회 전반으로 보면 회사와 임직원 사이의 관계를 상당 부분 잃었다”며 이런 흐름이 최근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전통적인 연금이나 고용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긱 이코노미에 속한 근로자들이 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면 현재의 미국 물가 상승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150억 달러씩 테이퍼링”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13일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22일 9월 FOMC 회의 후 나온 얘기들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위원들 사이에 오갔다는 게 의사록에 나타났습니다. 9월 21~22일 열린 FOMC 후 공식 성명서에서 “(경기 회복의) 진행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FOMC는 자산 매입 속도의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며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회의 참가자들은 대체로 경기 회복이 궤도에 머물러 있는 한 점진적인 테이퍼링은 내년 중반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했습니다. 다음 FOMC 회의는 11월 2~3일 열릴 예정입니다. 즉, 이르면 11월에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에서는 “참석자들은 대체로 경기 회복이 광범위하게 궤도를 유지한다면 점진적인 테이퍼링 과정은 내년 중반에 마무리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참석자들은 만약 다음 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개시된다는 결정이 난다면,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에 테이퍼링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회의록에선 종료 시기에 대해 의원들의 예상은 점진적인 테이퍼링이 내년 7월에 종료되는 것과 일치한다고 했습니다.
테이퍼링 규모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인 테이퍼링 속도로는 매달 국채 100억 달러, 모기지담보증권(MBS) 50억 달러씩 축소해 나가는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현재 미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매달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씩 채권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양적완화로 미 연준의 자산은 현재 8조50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나 있습니다. 이를 한 달에 150억 달러씩 줄여가면 8개월이면 매달 채권 매입 규모는 1200억 달러에서 제로(0)로 줄어들게 됩니다. 일부에선 MBS 축소 속도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회의록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공급 차질과 노동력 부족이 더 오래 지속되고 가격과 임금에 현재 가정한 것보다 더 크거나 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승에 가중치를 뒀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몇몇 참가자’는 물가를 억제해 온 오랜 요인이 다시 작용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하향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통화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0.35%에서 연 0.37%로 올랐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59%에서 연 1.57%로 내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줄어드는 ‘플래트닝(Flattening, 금리 평탄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금리 인상 준비하자는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CNBC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테이퍼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당초 비둘기파로 분류됐지만, 지난 6월 “내년 금리 인상을 원한다”고 하면서 매파로 변신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내년에 FOMC에서 투표권도 갖게 됩니다.
불러드 총재는 인터뷰에서 “11월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걸 지지한다”며 “테이퍼링이 내년 1분기 말까지 종료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경제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상향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포지션에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 될 가능성은 50대50이라면서, 정책 담당자들은 장기화될 가능성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9월 FOMC 후 나온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8명 중 9명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 등 연준 지도부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지난달 29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가계와 기업이 가격 상승으로 인해 높은 물가가 고착화된다고 기대한다는 증거가 발견되면,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금 그런 증거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통화정책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한 얘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 연준이 점차 매파적인 성향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는 평가도 월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물가 상승이 공급망 병목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공급망 충격만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는 없다”며 “공급망 충격에 매우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동반하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모두 인플레로 이끌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불러드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현재 미국 경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1970년대 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이나 마이너스 성장과 동반한 인플레이션을 볼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현 상황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습니다.
물가가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는 미 연준 주류의 입장에 대해 일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정책 당국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시적이라는 말은 ‘dirty word’(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5% 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 연준과 정부가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라고 강조하지만, 점점 인플레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에 대응한 투자를 항상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의 테이퍼링 계획이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매달 150억 달러씩의 채권 매입을 줄여가겠다는 것입니다. 2014년 테이퍼링보다는 빠른 속도가 될 것 같습니다. 테이퍼링에 따른 자금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과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시장 출렁임에 대비하면서 투자 전략을 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