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가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한 주간 0.24% 떨어져 3만5369.09로 마감했습니다. 반면 S&P500는 한 주간 0.58% 올라 3일 4535.4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 주간 1.55% 올라 1만5363.52로 마감했습니다. 미 노동부는 8월 고용이 전달보다 23만5000명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전망인 72만명의 3분의1쯤에 불과한 저조한 결과였습니다. 노동절 연휴로 미국 증시는 6일 휴장합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번 주 주목해 봐야 할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로 ‘깜짝 ‘고용 슬럼프’’ ‘증시에 잔인한 9월 될까’ ‘미국 바이오 신기술 3인방’를 꼽았습니다. 방송에서 9월 주가 하락설이 나오는 이유를 자세히 다룹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깜짝 ‘고용 슬럼프’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이 23만5000명 늘었습니다. 이는 월가 전망의 3분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5~7월 평균인 87만6000명보다도 훨씬 적은 것이었습니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은 원인으로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호텔, 레스토랑, 여행, 운송업 등에서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8월에 레저와 접객 업종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업종은 이전 4개월 동안 월평균 36만4000명이 늘어났었습니다.
미국에서 7일 평균 기준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15만명을 넘기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2배나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다 뮤 변이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도 확산된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경제 봉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는 기업 실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3분기(7~9월) 경기가 주춤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을 6.5%에서 2.9%로 낮췄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 재정 지원은 줄고 경제 재개로 인해 급증했던 활동이 줄어드는 반면, 공급 병목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3분기 성장률 전망을 9%에서 5.5%로 낮춰 잡았습니다.
고용이 슬럼프 현상을 보이면서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줄이기) 시작 시기도 안개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27일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고용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8월 고용 지표가 그 동안의 상승세에서 벗어나면서 이를 어떻게 볼 지 따져봐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연내에 11월, 12월 FOMC가 남아 있습니다.
8월 고용만 가지고 추세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옵니다. 일단 8월은 휴가철이라 고용이 주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 기업들은 1000만 개 넘는 구인 자리를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끝나고 학교가 문을 열면 9월 고용은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편 8월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3%를 기록했습니다. 전달의 4.0%보다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 구인난에 빠진 기업들은 임금을 올려서라도 고용을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옵니다. 오는 10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 증시에 잔인한 9월 될까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 증시는 9월에 연중 가장 안 좋은 수익률을 돌려 줬습니다. 야데니 리서치가 집계한 1928~2020년 S&P500 지수의 월평균 수익률을 보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가 2월, 5월, 9월입니다. 그런데, 2월, 5월은 평균 -0.1%에 불과하지만, 9월은 -1%에 달합니다. 그래서 미국 증시에 ‘5월에 팔고, 10월에 돌아와라’는 격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5월에 팔았으면 강세장을 놓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S&P500은 올해 2월 이후 7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의 경우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미국 증시가 4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8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하다 9월에 고꾸라졌습니다. 9월 한 때 10%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고, 월간으로 따져 3.9% 하락해서 작년 한 해 중 가장 성적이 안 좋은 달이었습니다.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가 지난 20년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9월에 하락장을 보인 경우는 절반 정도인데 특히 7% 이상 하락한 경우가 4번 있었습니다. 또 주가의 변동도 커집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를 지난 20년간 평균을 내보면 연초 이후 8월까지는 20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9~10월에 20 이상의 높은 수준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20년 중 35%의 기간에 9월이나 10월, 또는 9~10월 모두 주가 변동이 6% 이상 나타났다고 합니다.
9월에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펀드 매니저들의 행태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다녀와서 손실이 난 종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펀드들은 회계연도가 9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9월에 손실을 확정하면 납부할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9월에도 하락장을 점치는 내러티브(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주 나온 8월 고용 동향이 예상보다 훨씬 안 좋게 나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인플레이션 우려, 9월 FOMC 결정의 불확실성, 정부 부채 한도 협상 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말도 나옵니다. 주가 거품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버핏 지수(시가총액을 경제 규모로 나눈 것)’는 현재 200%를 넘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기록했던 100%보다 훨씬 높습니다. 통상 이 지수는 100%를 넘으면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계절 효과는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따져 본 것이어서 올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조건을 바꾸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펀드스트랫에 따르면 1~6월에 S&P500이 13% 이상 오른 해에는 9월에 1.4% 상승했습니다. 올해 1~6월에는 S&P500이 14% 올랐습니다.
◇ 미국 바이오 신기술 3인방
미국의 바이오 산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들은 R&D, 임상 관련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혁신 신약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모더나의 CEO 스테판 방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이mRNA(메신저 리보핵산)백신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분석기술, 시간, 비용의 한계로 진행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능케 되었으며 놀라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바이오산업의 미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혁신 신약들은 유전자, 세포치료제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유전자 데이터가 신약개발의 핵심요소로 부각됩니다. 미국 일루미나는 유전자 시퀀싱 장비 전세계 1위 기업으로 현재 세계 유전자 데이터의 90%가 일루미나 장비를 통해서 생성되었다고 평가됩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디지털기술을 통해 분석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일루미나는 올해 2분기 매출 1조3000억원, 영업이익 215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8%, 95% 늘어났습니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도 큰 폭으로 상향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올랐습니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진화로 인해 그 동안 상상해오던 꿈의 신약들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모더나는 이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지난해 고작 42일만에 코로나 mRNA백신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유전자 가위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지난 6월 26일 세계 최초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문제가 발생한 유전자를 잘라내고 건강한 유전자를 생성하게 하는 기술로 현존하는 모든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작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가 공동 설립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관련 바이오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였고, mRNA 등 신기술의 성공으로 큰 자금들이 바이오산업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모더나는 23개의 mRNA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입니다. 미국 인텔리아 테라퓨틱스의 경우 올해 6월 블랙스톤이라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회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여 암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트랜스타이레틴(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는 코로나 치료제로 유명한 미국 리제네론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 등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새로운 성장국면에 들어섰으며 수많은 신약들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바이오 대표 기업들이 디지털기술을 통해 만들어 갈 혁신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 경제가 ‘고용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고용 부진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앞으로 고용 지표를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과거 데이터를 보면 9월 증시가 연중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달에는 악재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증시는 과거가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리스크에 주의하면서 투자하는 습관을 유지하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미국 바이오 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혁신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엔 기술과 시간, 비용의 한계로 진행되지 못했던 각종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미국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를 나눌 방법을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