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 하락했습니다. S&P500은 0.1%, 나스닥은 0.1% 상승했습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34만8000명이었습니다. 전주보다 2만9000명 감소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숫자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고요 속의 불안감’, ‘갈 곳 못 찾는 1조달러 자금’, ‘김 빠지는 원자재값’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고요 속의 불안감

전날 나온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감지되면서 이날도 주가는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S&P500은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만, 30개 대형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하락했습니다.

이로써 S&P500 기준으로 작년 11월4일 이후 199거래일 동안 5% 이상 폭락장이 없는 고요한 상승장이 지속되게 됐습니다. 하루 더 가면 200거래일 동안 폭락장이 없게 됩니다. 200거래일 동안 폭락장이 없던 경우는 이제까지 7번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일입니다.

또 S&P500은 올 들어 49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8월 기준으로 보면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연도별 S&P500 사상최고치 기록 추이. /자료=마켓워치

하지만 시장에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웰스파고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10가지 시장 리스크를 정리했습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웰스파고의 자산관리투자 부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대럴 크론크는 “‘일시적’이라는 (미 연준의) 목표가 적어도 내년으로 연장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수십 년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급 병목 현상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한 반면, 서비스 부문의 급속한 정상화로 인해 침체됐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델타 변이 확산, 미국 부채 한도 논란, 피크(정점) 논란, 미 연준의 테이퍼링 등을 꼽았습니다. 이밖에 증세, 주식 고평가 논란, 주식 스타일 순환매, 중국 성장 둔화 등도 리스크라고 했습니다.

씨티는 지난 18일 리서치 노트에서 시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시가 10% 하락하는 게 ‘매우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했습니다.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순간이 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는 투자자들이 증세,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소에 대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의 3분기 성장률 전망을 9%에서 5.5%로 낮췄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델타 변이 확산이 경제 확장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편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4만8000명으로 전주보다 2만9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일자리 지표가 좋게 나오면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이 높은데, 일자리 지표 중 하나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 갈 곳 못 찾는 1조달러 자금

미국 은행권,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갈 곳을 못 찾는 자금이 계속 연준으로 밀려 들어 오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하루 짜리 단기 금융상품인 ‘역 레포’ 잔액은 지난 18일 1조12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 금융상품은 금융회사들만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지난 4월부터 시중에 현금이 넘쳐 나면서 돈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미 연준도 당초 제로 금리였던 이 상품의 금리를 6월부터 연 0.05%로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단기 자금은 미 연준으로 몰려 들고 있는 것입니다.

미 연준의 하루 짜리 단기 금융상품인 ‘역 레포' 이용 추이. /자료=불룸버그

미국 은행권은 여유 자금을 미국 등 선진국 채권에 주로 운용합니다. 미국 정부의 수퍼부양책과 미 연준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결국 은행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경우 -0.48%, 프랑스는 -0.13% 등을 기록하는 등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 상태입니다. 때문에 은행권은 금리가 낮아도 미국 국채를 빼고는 투자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달 미 연준이 1200억 달러의 채권 매입을 하면서 800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므로 시중에 국채도 많지 않습니다.

또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때문에 국채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시장의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는 의회에서 정하는데, 코로나 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 부채 한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예기간이 지난 7월 말로 끝나고 현재 미 의회에서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부채 한도는 약 22조 달러입니다. 그런데 미 재무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이미 정부 부채가 28조5000억 달러로 한도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AP 연합뉴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미국 은행권의 자금은 미 연준의 하루짜리 금융상품으로 되돌아 오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테이퍼링을 당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미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이면, 미국 은행권이 살 수 있는 국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 김 빠지는 원자재값

원자재 시장에서 김이 빠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나오는데다,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시장에 유동성(돈)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겹치고 있습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미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이날 2% 이상 떨어져 배럴당 64달러쯤에서 거래 됐습니다. 원유 가격은 6거래일간 계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구리 가격도 2% 가까이 하락해 톤당 9000달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구리가격은 5월 고점에서 15%쯤 하락한 상태입니다. 주석 가격도 11% 하락했고, 철광석 가격도 12% 하락했습니다. 철광석 가격은 5월 고점에서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서부텍사스유 등락률 추이. /자료=블룸버그

23개 원자재 가격을 가지고 만든 블룸버그 상품 스팟 지수는 이번 주에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유 시장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전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항공 해외여행 수요 등이 늘 것이라는 기대로 올랐는데, 델타 변이 확산으로 국가간 이동 제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 이동 제한 등 강도 높은 방역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점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6%에서 8.3%로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도 기존 8.7%에서 8.2%로 하향했습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글로벌 성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에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날 공개된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대부분 연준 위원들이 연내 테이퍼링에 찬성한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가격 하락세를 부추겼습니다.

이에 따라 월가 증시에서 주요 원자재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이날 철강업체인 누코 주가는 3%쯤 떨어졌고, 원유업체인 데본 에너지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각각 3%, 6% 하락했습니다. 광산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은 4%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 증시가 연내 테이퍼링, 즉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에도 순항을 했습니다. 그런데 10개월 가까이 순항하고 있는 증시가 오히려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상승장에도 출렁임이 있기 마련인데, 최근엔 출렁임 없이 상승한다는 겁니다. 리스크 요인을 항상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미국 은행권에서 갈 곳 없는 자금이 1조 달러를 넘어 섰습니다. 돈은 넘치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민간에 돈이 넘치면 정부는 한 발 물러서도 될 것 같아 보입니다. 셋째,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플레 기대 심리는 낮추는데 도움이 되지만, 경기 둔화 우려는 부채질합니다. 언제나 가격 움직임에는 명암이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