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8%, S&P500은 0.8%, 나스닥은 0.9% 상승했습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7%포인트 오른 연 1.3%를 기록했습니다. 또 미 에너지정보청은 미국의 지난 주 원유 재고가 210만7000배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9주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는 ‘델타 변이, 미 성장은 못 낮춘다?’, ‘치폴레 “가격 올려도 저항 없다”’, ‘주식이 인플레 대비 투자’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델타 변이, 美 성장은 못 낮춘다?
19일 하루에 750포인트나 빠졌던 다우지수는 이틀 동안 각각 550, 286 포인트 오르면서 낙폭을 모두 회복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 허시는 CNBC에 “아마도 투자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는 게 작년 봄에 대응했던 것과 달라졌다는 것을 막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진자 숫자보다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 성장이 영향이 받을 지가 월가의 관심사입니다.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7일 평균 확진자가 3만7673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확진자의 83%가 델타 변이 감염자라고 합니다. 확진자 숫자는 한 달 전의 하루 평균 1만1470명보다는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과연 성장과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지를 월가는 따져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US 이코노미스트는 야후 파이넌스에 “델타 변이를 둘러싼 리스크로 GDP 성장 전망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미국 경제가 1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경제 예측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의 GDP 전망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옥스퍼드는 3분기에 미국 경제가 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오렌 클라킨 US 이코노미스트는 “변이가 경제에 있어서 중대한 하향 리스크이긴 하지만, 여전히 견고한 펀더멘털이 리스크를 상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쓰지 못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를 쓰려고 하는 욕구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확산세를 상당히 낮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전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로 인해 성장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델타 변이 때문에 성장이 둔화된다고 예측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확진자가 남부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핵심 지역인 동부와 서부엔 델타 변이 확진자 증가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동부와 서부는 백신 접종률도 높습니다. 그는 또 실내 마스크 의무화 등 규제가 강화될 수는 있지만,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상점 안에서 마스크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가지 않을 리는 없다. 상점이 문을 닫는다면 못 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델타 변이가 향후 미국 성장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퍼지면서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7% 포인트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700만명 가까운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걸 들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노동 시장 충격이 계속된다면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 치폴레 “가격 올려도 저항 없다”
미국의 외식 식당 체인 중 하나인 치폴레가 이날 좋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수익은 월가 전망인 18억8000만 달러보다 많은 19억 달러, 그리고 점포당 매출은 예측치인 29.8% 증가보다 더 높은 31.2%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치폴레 실적 발표 중에 인플레와 관련한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치폴레 최고재무책임자(CFO) 잭 하텅은 치폴레가 5월에 메뉴 가격을 4% 올렸지만, “어디에서도 가격 저항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외식 업계가 가격 결정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향후 종업원의 임금 인상으로 비용 증가를 고민하고 있는 외식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치폴레는 가격 인상으로 얻은 수익으로 종업원의 임금을 올려 주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텅은 일단 “우리는 일단 인내심을 가지려고 한다. 앞으로 몇 달, 몇 분기 동안 어떻게 인플레이션이 전개되는 지 지켜보려고 한다. 우리는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석하면 일단 치폴레는 가격을 올렸고, 인플레가 일시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또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발 임금 인상의 여파가 강합니다. 지난 4월 아마존은 10억 달러(약 1조원)을 투자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아마존 미국 사업장의 최저 시급은 15달러 선으로 올랐습니다. 여기에 아마존은 추가적인 임금 인상까지 단행하고 있습니다. 5월엔 신규채용 근로자 7만5000여명의 평균 시급을 17달러로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급 20달러에 1000달러의 사이닝보너스(급여 외에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보너스)를 줄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소매업, 외식업 등까지 임금 인상 여파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전미점주협회(The National Owners Association)는 지난달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업자는 급여·복리후생에 대한 지출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며 “우리는 레스토랑에 직원을 두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치폴레가 얘기한 것처럼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없다면, 앞으로 임금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주식이 인플레 대비 투자
이날 UBS의 분기 투자자 심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미국 부자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가 가속될 것에 대비해서 투자 꾸러미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는 100만 달러 이상 투자하는 투자자 2999명을 대상으로 6월23일~7월12일 한 조사입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70%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었습니다.
미국 투자자 중 57%는 인플레이션 속도가 향후 12개월 동안에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간다는 대답은 35%였고, 느려진다는 대답은 8%였습니다.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 이후 13년만에 가장 높았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5%로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58%의 응답자는 지난 6개월간 인플레로 인해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충격을 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88%의 응답자는 만약 자신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인플레가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로 31%가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이 27%로 현금을 쟁여 놓는다는 대답이었습니다. 26%가 채권에 투자한다고 했고, 25%가 귀금속에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24%는 자신의 투자 꾸러미에 부동산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인플레에 대비하기 위해선 금이나 원자재, 부동산 등 실물에 대한 투자를 많이 생각하지만, 의외로 미국 부자들은 주식 투자를 인플레로 인한 손실을 막는 투자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인플레로 인해 기업 실적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인플레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주식 투자가 인플레 대비 투자라는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와중에 작년처럼 성장에 충격을 줄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멈춘다면 성장에 큰 충격을 줄 것입니다. 일단 예측 기관들은 성장에는 영향이 없다는 쪽이 많습니다. 다만 고용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좀 더 지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미국 외식 체인 업체가 가격을 올렸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없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에선 임금 상승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이 받아 들인다면 외식 업체들이 임금도 올리면서 가격도 올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장기화될 지 다시 점검해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인플레에 대응하는 투자처로 주식을 꼽는 미국 부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인플레로 인한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 필요한 투자 전략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