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 올랐습니다. 하지만 S&P500은 0.3%, 나스닥은 0.7%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등 기술주와 빅테크주들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가 36만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것입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상원에서 달달 볶인 파월’, ‘건들락 “인플레 환경, 1970년대 같다”’, ‘엇갈리는 경기 지표’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상원에서 달달 볶인 파월

15일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험프리-호킨스 증언 둘째 날로 상원에 출석했습니다. 미국은 1978년 제정된 험프리-호킨스 법(완전고용과 균형성장법)에 따라 연준 의장이 1년에 두 차례 의회에서 경제 상황과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의회에 출석해서 그 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험프리-호킨스 증언이라고 합니다.

미국 상원에 출석한 제롬 파울 미 연준 의장. /AP 연합뉴스

파월은 전날 하원에서 애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플레는 예상보다 높지만 일시적이고, 경제 상황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바꿀 때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인플레는 불편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파월은 “우리 앞에 높인 도전은 어떻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인지 이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다른 어떤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 하지만 일시적인 한, 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길어진다면, 우리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미치는 위험, 장기에 미치는 위험 등을 재평가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원은 하원처럼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CNBC는 ‘불만이 많은 상원 의원들은 파월 의장을 인플레이션과 기후 변화 이슈로 달달 볶았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의 세로드 브라운 의원은 “대형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 두고 대출을 늘리거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을 늘리기 보다는 경영자 보수나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쓰고 있다”며 “미 연준이 이런 트렌드와 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화당의 패트 툼니 의원은 “인플레이션의 사이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연준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전망할 수 없다면, 인플레이션 기간에 대한 (단기적이라는) 연준의 전망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극복으로 칭찬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파월 의장이 양당에서 두드려 맞은 것입니다.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을 경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원에서 분위기가 험악하자, 미국 언론에서는 심지어 내년 2월에 임기가 끝나는 파월의 연임에 대해 의구심도 나옵니다. 상원의 지지가 없다면 연임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주당 내 진보파는 민주당 출신이 연준을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진보파이면서 영향력이 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지난 4년간, 월스트리트에 대해 규제가 느슨해지는 것을 봐 왔다”며 파월을 비판했습니다. 파월은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지명해, 2018년 2월 취임했습니다. 공화당원이기도 합니다. 당시 현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을 사실상 물러나게 하고 파월을 앉혔습니다.

파월의 연임 여부는 백악관이 올 가을에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CNBC가 지난 4월 월가 전문가 3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선 76%가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을 다시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CNBC에서 “몇 달 더 빠른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파월에 대해서는 “일을 잘 하고 있다”고 했지만 연임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과 얘기해 보겠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 건들락 “인플레 환경이 1970년대 같다”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플레 환경이 1970년대 카터 대통령 재임 시기의 암울했던 분위기를 생각나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CNBC에 나와 ‘Jimmy Carteresque’라는 신조어로 현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흉측하거나 괴기하다는 뜻의 ‘grotesque’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합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터 최고경영자.

1970년대는 존슨 대통령 때인 1965년 인플레이션이 1%대였다가 1980년 15% 가까이 상승하던 때입니다. 건들락은 현재 상황이 1970년대와 많이 닮았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실패하고 철수하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하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미국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돈줄을 죄면서 금리가 1981년 7월 연 22.36%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이. /미 연준

건들락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4%이고, 미국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연 1.4%라면 실질 금리로 따지면 마이너스 4%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하면서 사용하는 ‘일시적’이란 용어 사용도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일시적은 통상 1~2개월을 뜻하는데, “이제 일시적인 6~9개월을 의미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건들락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가 사라지기를 애원하고, 바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날 채권 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장중 한때 연 1.3% 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건들락은 채권 시장이 유동성 장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경제 상황과는 다소 무관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원래 경제가 나아지면 금리가 올라가야 정상입니다. 또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금리를 올리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지금 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단순하게 채권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건들락은 “은행의 경우 저축이 넘쳐나고 있다”며 연준의 하루짜리 금융 상품인 ‘역 레포’에 몰리는 자금이 사상 최고인 1조 달러를 넘기는 것을 보라고 했습니다. 은행들이 넘쳐나는 돈을 주체 하지 못해서 연준에 하루짜리라도 맡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건들락은 연금들도 정부의 재정 부양책에 따라 유동성(돈)이 많이 늘었는데, 이를 미국 국채 시장에 쏟아 넣고 있다고 했습니다.

건들락은 앞으로 채권 시장의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면서 달러 약세가 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채권 시장을 도와준 게 외국인 매수세였는데, 달러 약세가 되면 이런 매수세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 엇갈리는 경기 지표

이날 나온 경기 지표들이 경기회복이라는 한 방향이 아니라 엇갈린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긍정적인 지표는 고용 지표에서 나왔습니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는 36만명으로, 전주의 38만6000명보다 줄었습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20만명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하게 고용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추이./자료=블룸버그

하지만 산업 생산 지표는 다소 안 좋게 나왔습니다. 6월 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증가했는데, 전달의 0.7% 증가에서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월가의 전망치인 0.6% 증가 보다는 낮았습니다. 6월 제조업 생산은 전달보다 0.1%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자동차와 부품 생산이 6.6%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자동차 공장. /조선일보DB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코로나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14일 확진자는 2만6513명으로 2주전보다 111%나 늘어났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인구의 48.2%인 1억6000만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미국도 집단 면역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고, 코로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세계의 공장’인 중국 성장 지표가 둔화한 것도 경기 의구심에 한몫 했습니다. 중국의 2분기(4~6월) 성장률은 전년 대비 7.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장 전망 8.2%에 못 미치고, 1분기의 18.3%보다 확연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미국은 2분기에 성장이 피크를 친다고 했는데, 중국은 이미 1분기에 성장이 피크를 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틀째 미 의회에 나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물가 상승이 불편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파월이 인플레 우려를 제대로 잠재우고 연임에 성공할 것인지 입니다.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이번엔 채권 시장의 큰손이 인플레가 장기화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시장의 큰손들은 연준에는 못 미친다고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의 말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엇갈린 경기 지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방향을 판단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몰빵’하기 보다는 분산 투자가 기본인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