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3%, S&P500은 0.4%, 나스닥은 0.4% 하락했습니다.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5.4%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8년 이후 13년만에 가장 높은 것입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42%에 거래돼, 다시 연 1.4% 대로 올라 섰습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어닝 아닌 물가 서프라이즈’, ‘월가, 벌써 원자재 투자로 이동?’, ‘UBS는 ‘더 오른다’에 베팅'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어닝 아닌 물가 서프라이즈

6월 소비자 물가가 월가 전망인 5%를 넘는 5.4%를 기록해 ‘물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8년 8월(5.4%) 이후 13년만에 최고치입니다.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 시즌이 시작됐는데, 오히려 월가에선 물가가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미 노동부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핵심(근원) 소비자 물가는 4.5% 올랐습니다. 1991년 9월 이후 최고치고, 월가 전망 3.8%를 상회한 것입니다. 전달 대비로도 0.9% 올라, 월가 전망 0.5%를 넘어섰습니다.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중고차 가격이었습니다. 중고차와 트럭은 전달보다 10.5%, 전년보다 45.2% 급등했습니다. 휘발유 가격도 전달보다 2.5%, 전년보다 45.1% 상승했습니다.

코로나로 충격을 받아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작년과 비교해서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6월부터 점차 줄어든다는 걸 감안할 때, 6월의 소비자 물가 급등으로 월가의 인플레 우려는 높아졌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한편 기업 실적 발표에서도 인플레 우려에 대한 코멘트가 나왔습니다. 펩시콜라 등을 생산하는 펩시코의 휴 존스턴 최고경영자(CEO)는 “확실히 비용 압력이 있고, 이는 가격에 대한 압력을 더 높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펩시코의 2분기 이익은 전년보다 20.5%나 증가했습니다. 이날 전미자영업연맹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6월에 47%의 소기업들이 자재와 노동 비용 상승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40년만에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인플레가 장기간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미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엇갈린 발언을 내놨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날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 “크게 오른 것이 놀랍지 않으며, 지금의 인플레 수치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인플레 급등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인플레가 오른 것은 팬데믹 이후 경재 재개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산 매입 축소인 테이퍼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리 댈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샌프란시스코연준

하지만 계속 돈줄을 죄야 한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경제가 7% 성장하고, 팬데믹이 점점 더 잘 통제되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비상조치를 축소할 시기가 왔다”며 테이퍼링이 조만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월가, 벌써 원자재 투자로 이동?

뱅크오브아메리카의 7월 펀드 매니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80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270명의 글로벌 펀드 매니저가 응답했습니다.

조사에서는 자산 배분 측면에 있어서 원자재에 대한 자산 배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말로는 인플레 걱정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하면서도 몸으로는 이미 인플레에 대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경기 회복에 따라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JP모건이 조사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산 배분별 수익률을 보면 원자재에 대한 배분이 높은 이유를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1위는 원자재로 수익률이 21.1%였습니다. 2위는 글로벌 리츠로 18.1%, 공동 3위가 가치주, 스몰캡으로 15.1%였습니다. 2분기만 보면 분위기는 약간 다릅니다. 1위가 원자재로 수익률은 13.3%였지만, 2위는 성장주로 11.3%, 3위는 글로벌 리츠로 9.9%였습니다.

글로벌 자산 배분별 수익률 추이./자료=JP모건

한편 펀드 매니저들은 지난달에 테크주에 대한 배분을 늘여서 지난달에 가장 붐비는 투자처가 기술주였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은 그간 경기 회복을 내다보면서 우량회사채보다는 정크본드, 대형주보다는 스몰캡, 성장주보다는 가치주를 더 선호하는 베팅을 했는데, 이를 되돌려서 작년 10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분석했습니다.

투자 패턴이 경기 후반기에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세 둔화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조사에서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는 47%로 지난 3월의 정점이었던 91%보다 상당히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또 주당 수익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53%였는데, 이는 3월의 89%보다 확연하게 떨어진 것입니다.

한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70%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미 연준과 정부가 얘기하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 UBS는 ‘더 오른다’에 베팅

투자은행 UBS가 이날 S&P500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의 4400에서 4500으로 올렸습니다. 내년 6월까지 전망치도 기존의 4500에서 4650으로 올렸습니다.

UBS 뉴욕 센터./UBS

근거는 기업 실적 증가가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UBS의 전략가 데이비드 레프코위츠는 “팬데믹이 잠잠해지고,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기업 이익이 늘어날 텐데, 기업 이익 증가가 1분기 이후에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S&P500의 기업 이익은 전년보다 63.3% 늘난 후에 3분기엔 23.7%, 4분기엔 18.3%로 증가세가 감소하게 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UBS는 소비자들은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몸이 근질근질하고, 가계는 저축으로 돈이 넘쳐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비가 견고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이익 증가는 이를 능가하고 남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런 전망 아래 UBS는 여전히 경기민감주가 유망하다고 했습니다. 재량 소비재, 에너지, 금융, 산업재 등의 업종을 추천했습니다. 또 가치주를 성장주보다 좋게 봤습니다. 성장주의 경우에는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놓은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전망에 부정적인 예측 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에는 연말 S&P500이 38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CNBC가 월가의 15개 증권사의 연말 S&P500 전망을 집계한 것에 따르면 평균 4276입니다. 이는 현재 수준(4369)보다도 낮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소비자 물가 상승에 다시 월가가 놀라고 있습니다. 관건은 두 가지입니다. 비용 상승으로 기업 실적이 줄어들 것인지, 그리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미 연준이 행동에 나설 것인지 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경고음이 들리는 걸 무시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둘째, 펀드 매니저들이 원자재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플레 대비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전문가들의 투자 패턴도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 미국 주가가 더 오른다와 꼭지에 올랐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