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 S&P500은 0.1%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 0.1% 오르면서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신규 주택 판매가 5.9% 급감했습니다. 월가 전망인 0.5% 감소보다 훨씬 큽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62.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나스닥만 홀로 상승’, ‘미 집값 걱정 늘어난다’, ‘겐슬러, 밈 주식 거래앱 들여다본다’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나스닥만 홀로 상승
이날 다우, S&P500은 떨어졌지만, 나스닥은 0.1%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은 사흘째 상승세입니다. 한 달간으로 보면 엇갈리는 추세가 분명합니다. 나스닥은 한 달간 3.9% 상승했습니다. 한 달간 다우는 1.3% 하락하고, S&P500은 1.1% 상승했습니다.
이날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주식인 테슬라가 5.3% 급등했습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비트코인 가격의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22일 한때 개당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만3000달러대로 회복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테크주 투자 심리에도 도움을 줬습니다.
테크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시장 언급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즈의 마네시 데스판데 미국 주식 스트래터지스트는 “시장 주도권이 경기순환주에서 장기적인 성장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인 성장주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으로 수혜를 볼 듯하다”고 했습니다.
옥타비아 웰스 파트너스 앤드 웰스 어드바이저의 루이스 스트로마이어 스트래터지스트도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흥미롭다. 순환매다”라며 “약 한 달 전 우리는 갑자기 (테크주들이) 저점을 찍은 것을 봤다. 30%쯤 떨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큰 기업의 주가도 10~14% 떨어졌다. 때문에 이들 주식에 대한 입맛이 돌아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성장주에 대해 다시 순차적인 순환매는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2분기의 테크주 실적도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들었던 테크주의 3대 약점인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규제, 증세 방안, 금리 상승 우려 등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닙니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1.5%에 거래됐습니다.
◇ 미 집값 걱정 늘어난다
미국의 5월 신규 주택 판매가 5.9% 급감했습니다. 2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월가 전망은 0.5% 감소였는데 훨씬 큰 것입니다. 게다가 4월 수치도 당초 발표는 5.9% 감소였는데, 7.9% 감소로 정정됐습니다. 신규 주택 판매는 미국 주택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날 나온 기존 주택 판매도 5월에 0.9% 감소했습니다. 기존 주택 판매는 4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의 신호이기보다는 공급 병목 현상을 가리키는 신호입니다. 공급 병목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새집을 못 사고 있다는 겁니다.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해 목재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 하고, 또 일할 사람도 구하기 어려워 새 집을 확 늘이지 못하고, 그 결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급등하자 가계는 집을 구매하는 것을 주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5월 신규 주택 재고는 4.8% 늘었습니다. 집이 있는데도 비싸서 못 사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미국 주택의 중간값은 35만300달러로 1년 전보다 23.6% 급등했습니다. 35만 달러를 넘은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합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월세 등에 전가되면서 물가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자산 가격 거품을 막기 위한 미 연준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어 투자자들은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의 경우에도 미 연준이 아마도 매달 매입하는 주택 모기지 증권 400억 달러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옵니다.
한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돈줄 죄기를 당기자는 매파적인 발언을 던졌습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최근 지표와 에상치를 웃돈 지표들이 나온 것을 고려해 나는 첫 금리 인상 시기를 2022년 말로 당겼다”며 “2023년에 추가로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JP모건의 분류에 따르면 다소 매파적인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 겐슬러, ‘밈’ 주식 거래앱 들여다 본다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SEC) 위원장이 ‘밈’ 주식이 주로 거래되는 소매 주식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들여다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회 상장을 위한 주식인 스팩(SPAC)도 들여다 보겠다고 했습니다. 개미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겐슬러는 23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로빈후드 등과 같이 거래 수수료를 제로로 한다는 소매 주식 매매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물론 로빈후드라고 특정 회사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여러 차례 “온라인 브로커리지가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매매를 제공하는 비용이 분명하지 않다'며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에선 로빈후드 등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앱을 통해서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밈’ 주식을 거래합니다. ‘밈’ 주식의 대표로는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이 꼽힙니다. 이들이 주식 거래를 중개하면서 사자와 팔자 가격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편 밈 주식을 공매도했다가 폐쇄되는 헤지펀드도 등장하는 등 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퀘어 캐피털은 투자자 레터에서 자신들이 운용하는 주요 헤지펀드를 폐쇄하고 남은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스퀘어 캐피털은 한때 4억4000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던 회사입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게임스톱의 주가가 떨어지는 데 베팅하는 공매도를 했다가 두 자릿수의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개미 투자자들이 밈 주식에 몰려 들면서 생각과 달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겐슬러는 스팩 주식도 투명하게 공시를 하고 있는 건지 들여다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고 더 강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겐슬러는 상장된 기업들이 5% 넘는 보유 주식을 공시하는 것도 현재 10일 안에 해야 하지만, 이걸 더 줄여도 되는지 점검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겐슬러가 월가를 더 투명하게 만들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시장이 혼조를 보이는 가운데, 테크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장기적으로 테크주로 자금이 올 것이라고 보는 세력도 있지만, 테크주가 직면한 규제, 세금 등의 우려도 나옵니다. 선구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둘째, 월가에서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의견이 퍼지고는 있지만, 집값 급등 걱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거품을 막기 위해 미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 미국에서 시장을 감시하는 최고 책임자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규제 강화 방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시장이 투명해지면 개미 투자자들은 혜택을 볼 수 있으니,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