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2%, S&P500은 0.5%, 나스닥은 0.8% 올랐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입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연 1.48%에 거래됐습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는 ‘파월 “선제적 금리 인상은 없다”’, ‘6월 FOMC 승자는 테크주?’, ’'빅쇼트' 주인공의 불길한 예언'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파월 “선제적 금리 인상은 없다”

22일에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하원 청문회에 나와 입을 열었습니다. 파월 의장의 얘기는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다시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증시는 환호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고용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거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실제 인플레이션이나 다른 불균형에 대한 실제적인 증거를 기다릴 것이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인플레의 공포만으로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22일 미국 하원 코로나 위기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물론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지난 16일에 밝힌 대로 “우리가 전망했던 것보다는 더 지속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제는 역시 경제 재개에 따른 일부의 가격 상승입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또 70년대식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가 너무 높으면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의 느린 회복을 지적했습니다. 세 가지 요인을 들었습니다. 첫째, 노동자들이 여전히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걸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아직 학교가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로 실업 수당 혜택입니다. 코로나 위기로 연방 정부가 실업 수당을 더 얹어주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을쯤 이런 문제는 해결되고 일자리를 강하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한편 테이퍼링과 관련해 다른 지방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힌트를 줬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컨퍼런스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했지만, 고용 목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9월이 되면, 우리는 좀 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고, 통화 정책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주된 정책의 초점은 자산 매입이지 금리 인상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연준이 지금 신경을 쓰는 것은 테이퍼링 논의는 시작한 만큼 테이퍼링이지 금리 인상은 먼 훗날의 애기라는 것입니다.

한편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이 레고를 이용한 애니메니이션을 이용해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교육을 하는 홈페이지를 만든 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한동안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알려주는 내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하이퍼인플레이션 등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지며 연준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 6월 FOMC 승자는 테크주?

나스닥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6일 끝난 미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에 오히려 테크주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날도 넷플릭스가 2.4% 오르는 등 빅테크의 대표 기업들인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들이 1% 이상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장중 한때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기도 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2일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2조 달러(약 2262조원)을 넝었다. 장중 한때지만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이어 두 번째이다.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 뉴욕 사무실의 모습. /AP 연합뉴스

조기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온 6월 FOMC 이후에 장기 금리가 오히려 떨어지는 ‘플래트닝 거래’가 일어나는 등 장기 금리가 그다지 오르지 않아 시장에서 테크주들의 가치 평가가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연 1.48%에 거래됐습니다.

금리의 평탄화, 플래트닝(Flattening)은 채권 시장에서 단기 금리는 올라가고, 장기 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원래 금리는 단기보다 장기가 높은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미 연준이 2023년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다는 신호는 단기 금리를 올리는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기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시장 참가자들은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장기 금리는 떨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플래트닝 거래는 금리 인상 전망 때 나타나는 거래 행태입니다.

한편 2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 오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수익은 작년보다 61.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전망보다 실적이 높게 나오는 현상)’ 벌어졌던 테크주들의 실적도 좋을 것이란 기대가 많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엔 1분기에 전년 대비 48% 증가를 기록했는데, 2분기에는 60% 증가할 것으로 월가에서 전망하고 있습니다.

UBS의 주식 파생 리서치 대표인 스튜어트 카이저는 심지어 “현재 실적 전망이 너무 낮아서 실적 전망을 더 올려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테크주를 좋게 보는 이유를 두 가지로 얘기했습니다. 하나는 펀더멘털이 좋다는 것으로,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라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둘째는 테크주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데, 인플레 우려가 좀 덜어지고 금리가 그다지 오르지 않으면 테크주 주가에 좋다는 것입니다.

가치주가 각광받던 시기가 지나고 성장주로 관심이 이동하는지도 점검해 봐야 합니다. 6월 4~18일 기준으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iShares S&P 500 가치 ETF는 5%가 떨어지고, 성장주에 투자하는 iShare S&P500 성장 ETF는 1.5% 올랐습니다.

◇ ‘빅쇼트’ 주인공의 불길한 예언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뤘던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가 가상화폐와 ‘밈’ 주식의 하락이 ‘모든 붕괴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한 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 자산 운용 대표

가상화페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22일 한 때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개당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이런 얘기가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3만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달러 대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서브프라임 위기 때 큰 돈을 번 투자자들을 다룬 ‘빅쇼트’라는 영화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때 공매도로 큰 돈을 벌었습니다. 현재는 사이언자산운용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2019년엔 현재 ‘밈’ 주식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게임스톱을 좋게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트위터에 “모든 붕괴의 어머니가 오기 전, 모든 선전과 투기가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암호화폐가 수조 달러에서 떨어지고, 밈 주식이 수백억 달러에서 떨어지면 메인스트리트(은행들)의 손실은 한 나라의 규모에 달할 것이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마이클 버리의 트위트 내용.

마이클 버리는 지난 5월 초엔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해 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됐었습니다. 당시 버리는 테슬라에 5억3400만 달러 어치의 숏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 하락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테슬라 주가의 경우 오전에 떨어졌다가, 오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하면서 0.5%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2023년 조기 금리 인상 신호는 미래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월가는 금리 인상보다는 연준이 자산 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어떻게 할 지로 관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월은 테이퍼링을 하게 되면 미리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연준의 신호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테크주들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가치주 시대가 짧게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겠습니다. 셋째, 가상화페나 ‘밈’ 주식 등에 낀 시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작은 시장의 거품이 꺼져도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마음에 새겨 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