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62%, S&P500은 0.04% 떨어졌지만 나스닥은 0.87% 올랐습니다. 대형주들은 전날 나온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당길 수 있다는 신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했는데, 테크주들은 훌훌 털고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는 41만2000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예상 36만명보다 많았고, 3주만에 다시 40만명대로 올라섰습니다.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미 연준의 두 가지 임무’, ‘연준의 변심 피해간 테크주’, ‘중국과 달러가 뺨 때린 원자재 시장’을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미 연준의 두 가지 임무
16일 미 연준은 첫 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에 얘기했던 2024년보다 빠른 2023년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올해 물가 상승률(핵심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 기준) 전망도 2.4%에서 3.4%로 올려 인플레 우려를 반영했습니다. 때문에 전날 금리 인상과 인플레 우려에 월가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하루가 지나면서 아직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이고, 기존 돈 풀기를 바꾼 것은 없다는 것을 상기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대형주를 뺀 전반적인 지수의 낙폭은 적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연준은 법상 물가 안정과 두 가지 책무를 부여 받고 있다는 걸 다시 보게 되는 지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간 실업 수당 청구가 다시 40만명을 넘어서면서 고용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미 연준이 쉽게 돈 풀기의 속도를 줄이는 것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퍼졌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2023년 두 번의 금리 인상을 가리키는 점도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추기 위해 톤 조절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전날 연 1.57%를 기록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52%로 다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물가 때문에 당장 연준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얀 해치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날 리서치 노트에서 첫 금리 인상 시기 전망을 기존의 2024년 1분기에서 2023년 3분기로 당기기는 했지만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했습니다. 해치어스는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이나 재정 지원이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급격한 성장 둔화로 인해 경기 회복이 쉽게 탈선 될 수 있기 때문에 2023 년 말까지 인상 확률이 50%보다 약간 더 높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조기에 단행하기 보다는 테이퍼링으로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해치어스는 “테이퍼링을 조기에 시작한다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의 첫 힌트는 8월이나 9월에 나오고, 12월에 내년에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는 선언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세계 초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 투자 책임자인 릭 리더는 “테이퍼링이 경제나 시장에 가시적인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실제 현재 가장 큰 위험은 과열 패러다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열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시장은 수익률 곡선의 대부분에 걸쳐 극도로 왜곡된 실질 금리와 같은 일부 영역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상화로의 복귀를 응원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현재 실질 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 연동 국채의 금리는 -0.75%인데, 이렇게 마이너스까지 갈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테이퍼링으로 장기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르는 정상화의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연준의 변심 피해간 테크주
인플레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테크주는 어김없이 시장 금리가 떨어지자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테크주인 페이스북(+1.64%), 애플(+1.26%), 아마존(+2.16%), 넷플릭스(+1.2%),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0.8%) 등이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36% 상승했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주식인 테슬라는 1.93% 올랐습니다.
연초 이후 주목을 받았던 경제 재개주와 저평가된 가치주에서 테크주와 성장주로 다시 자금이 들어오는 로테이션의 신호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는 지난 8일 매달 개최하는 웨비나를 열었는데, 당시 그는 올해 가치주로 순환 매수가 있었지만 성장주로 순환매가 돌아오는 순간이 거의 손에 잡힐 듯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테크주에 대한 초당적인 규제 움직임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빅테크 규제론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바이든의 증세가 산으로는 가고 있지만 아직 살아있는 점,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장기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높은 점 등이 테크주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기차, 청정에너지 등에서 나타난 움직임이 1999년 말에서 2000년 상반기에 일어난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999년 9월 말부터 2000년 3월 증시가 고점을 기록할 때까지 나스닥은 83% 올랐습니다. 그런데 WSJ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해 고점까지 인베스코의 태양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는 88%가 올랐고, 블랙록의 글로벌 청정에너지 ETF도 81% 올랐습니다. 혁신 기술주에 주로 투자하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이노베이션 ETF도 70% 올랐습니다. 과거 대표적인 버블 주식이었던 시스코는 주가가 133% 올랐는데, WSJ가 최근 대표적인 버블 주식으로 꼽은 테스라는 작년 9월 이후 최근 고점까지 110% 올랐습니다. WSJ는 주가 흐름이 닷컴 버블과 유사하지만, 이번엔 단지 나타났다 사라지는 작은 거품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여전히 미래 수익 창출은 테크주가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코로나 등의 여파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엔진에서 친환경으로 완전히 흐름이 바뀌는 와중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이런 흐름에 동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IT 플랫폼 산업은 언택트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계속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테크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흐름이라는 얘기입니다.
◇ 중국과 달러가 뺨 때린 원자재 시장
중국이 원자재 비축 물량을 푼다는 소식과,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는 소식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은 급락하고 있는 습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 우려를 낮추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어(-5.03%), 철강 업체 US스틸(-7.93%) 등 원자재 생산 업체들의 주가도 급락했고, 광산 업체들로 구성된 글로벌X Copper Miners ETF(-4.85%) 등 ETF의 가격도 급락했습니다. 인플레 베팅을 위해 원자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이날 구리 선물은 5% 하락했습니다. 팔라디늄과 플래티넘은 각각 11%, 7% 넘게 하락했습니다. 미국 유가는 1.5% 내린 배럴당 71.0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정부가 16일 원자재 시장 안정을 위해 구리, 알루미늄, 아연의 정부 비축물량을 풀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정부 비축 물량을 공개 입찰을 통해 비철금속 관련업체에 팔겠다는 것입니다. 세부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9% 올라 13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데, 중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은 부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각국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완화시키는 정책이 나온 겁니다.
한편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신호가 되는 점도표를 바꾸면서 달러 가치는 상승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미 연준의 점도표가 나온 직후 1.6% 상승했습니다. 현재 달러 인덱스는 한 달 전보다 2.4%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통상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은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금값은 4.6% 급락했습니다. 금광 업체들도 4~5% 급락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 대한 일시적인 충격일지, 계속 지속될지는 얼마나 지속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 연준이 인플레 우려에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에 전통 대형주들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물가 안정 뿐 아니라 일자리 증가도 신경 써야 하는 두 가지 책무를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습니다. 연준의 말뿐 아니라 행보도 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연준의 태도가 바뀐 것에도 불구하고 테크주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서 성장주와 기술주로 다시 관심이 옮겨가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원자재 값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비축 물량을 풀고 달러 가치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소음일지 장기적인 하락세의 신호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