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끝난 미국 월가 증시에서 다우 지수 0.07%, S&P500 0.14%, 나스닥 0.14% 각각 소폭 상승했습니다. 종목 별로 미국 개미들이 선호하는 AMC엔터테인먼트가 하루 만에 무려 95% 올랐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져 연 1.59%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1.6%오르는 등 상승이 계속됐습니다.
1일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는 ‘코인보다 밈 주식’, ‘미 연준, 일 할 사람 부족으로 걱정’, ‘주식과 채권 황금비율은?’으로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코인보다 ‘밈’주식
지난 28일 생방송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시간에 소개했던 ‘제2의 게임스톱’과 같은 ‘밈’ 주식, 즉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주식이 급등하는 일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2일엔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가 100% 가까이 오른 95% 상승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 때 120% 넘게 오르기도 했고, 너무 급등해서 거래가 두 차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하루 거래량은 7억1000만 주를 넘었습니다. AMC엔터테인먼트는 올 들어 2800% 넘게 올랐습니다.
AMC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 문을 닫으면서 거의 파산에 가까이 갔던 기업입니다. 그래서 월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넘쳐 났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등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식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 했던 기관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AMC는 개인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주주의 80%가 개미들이라고 합니다. 이날 주주들에게 무료 팝콘을 주고 주주만을 위한 상영이나 특별 할인 등을 하겠다고 하자 이게 호재가 됐습니다.
AMC엔터테인먼트 뿐 아닙니다. 이날 또 다른 ‘밈’ 주식으로 꼽히는 생활용품 체인인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62% 급등했습니다. 모바일 통신 솔류션 회사 블랙베리는 32% 급등했고, 게임스톱도 13%, 항공 우주 회사 버진 갤럭틱은 8% 올랐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아기 상어’ 트위트까지 가세해 화제가 됐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Baby Shark crushes all! More views than humans.(아기상어가 모두를 눌렀다. 사람보다 조회수가 많다)”고 게시했는데, 우리나라 삼성출판사 주가가 장중 한때 10%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밈 주식 현상에 대한 경고도 잇달아 나옵니다.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주식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입니다. 코인 시장 분위기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개미들이 ‘밈’ 주식에 몰리는 걸 막은 길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돈 잃을 각오를 하라'’탈출 계획을 짜라' ‘군중 심리에 휩쓸리지 마라’ 등의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 미 연준, ‘일 할 사람 부족’ 걱정
미 연준이 2일 정례 베이지북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베이지북은 6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의 기초가 됩니다. 미 연준은 미국을 12개 지역으로 나눠 보는데, 베이지북은 이들 지역에 대한 경제 보고서입니다. 표지가 베이지색이어서 베이지 북이라 불립니다.
주목할 점은 미 연준이 고용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는 것입니다. 오는 4일 5월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월가가 관망세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베이지북은 ‘노동 수요는 강하겠지만, 공급은 제한적’ ‘전반적으로 임금 상승 완만,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보너스 제공’ 등의 서술이 보입니다.
경제 활동은 ‘보통의 속도’로 확장했다면서도 이전보다 ‘다소 빠른 속도(somewhat faster rate)’로 확장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인력과 관련해서는 3분의2 쯤 지역에서 완만한 고용 성장을 보였다고 보고했으며, 나머지 지역은 보통의 고용 성장세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규 근로자, 특히 저임금의 시간제 근로자, 트럭 운전사, 숙련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을 늘리지 못하거나, 영업시간을 일부 줄여야 했다고도 했습니다. 인력 공급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직은 일자리 회복이 더디고 임금 상승이 완만해 인플레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존 정책 관점과 크게 달라질 데이터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5월 일자리 증가는 블룸버그 집계로 평균 66만1440명입니다. 개별 기관으로 보면 씨티가 76만, 골드만삭스가 75만, 모건스탠리 65만, JP모건 55만 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월가의 전망이 상당히 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가 컨센서스와 실제 수치의 차이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던 작년 3월 이후 최고로 커졌습니다. 그 이유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코로나 전망, 워낙 빠른 부양책으로 인해 정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기 어려운 점, 변화가 심할 때는 설문 조사로 진행되는 통계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점 등을 듭니다. 응답률도 이전보다 9~10% 정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전망치가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주식, 채권 배분 황금비율은?
미국 월가에서 주식, 채권 투자 배분의 황금비율로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가 경험 법칙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기에 성과가 저조하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60/40 타깃 펀드는 올 들어 6.77%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1년 수익률도 27%입니다. 올 들어 12.6%, 1년 수익률 40%인 S&P500 수익률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록에 따르면 60대40 배분은 1926~2020년 연평균 9.1%로 나타났습니다. 채권이 수익률의 바닥을 지켜주고 주가까지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조합입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경험 법칙 상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이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JP모건은 이 포트폴리오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3.7%의 수익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선진국 채권 85%의 금리가 1% 이하이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 포트폴리오가 인플레에 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인 맨 그룹 소속 연구원들이 듀크대와 공동으로 ‘인플레 시기의 최적 전략’이라는 논문에서 지난 95년간 자산 수익률 성과를 연구했는데, 2% 이상의 인플레가 일어났던 시기에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연평균 2%를 기록했습니다. 평상시에는 9~10%가 나오지만 인플레에는 약하다는 것입니다. 100% 채권만 보유하면 수익률은 인플레 시기에도 3%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인플레 시기에는 역시 원자재 투자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원자재 투자는 인플레 시기에 연평균 14%의 수익률을 가져왔습니다. 당연한 얘기 같아 보이지만 점차 인플레 우려가 강해지고 있어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플레 시기에는 주식 60%, 채권 40%의 황금비율을 고집하지 말고, 원자재 관련 상품이나 정유 등 에너지 관련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서 수익률을 방어하라는 얘기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월가에서 소셜미디어 개미들이 선호하는 ‘밈’ 주식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마치 게임을 하듯 주식을 사는 새로운 경향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급등 후엔 급락이 뒤따랐던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주의해서 봐야겠습니다. 둘째, 미국 연준이 여전히 인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돈줄 죄기에 나설 모양새는 아닙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부동산 시장 등에서 거품이 커지면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연준을 향한 레이더를 세워 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월가에서 인플레에 대항해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 방어 전략을 지금부터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