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위기 속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을 내년 경제 정책 키워드로 잡았다. 환란 수준의 경제 위기 속 지금껏 고집해 온 소득주도성장, 사람중심경제 대신 경제 숨통 틔우기를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내년 상반기에만 일자리·SOC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 63%를 몰아 쓴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조기 집행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1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발표했다. 다만 이번 내년도 경제정책은 미증유(未曾有)의 팬데믹 충격을 돌파하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1%로,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내년 정책은, 강력한 경제 개혁책이 없고, 코로나 3차 대유행이란 고려가 불충분하며, 민간 활력 대책도 미미한 ‘3무(無) 대책’이란 게 경제 전문가들 평가다.

①강력한 개혁책 실종

내년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확장적 재정 기조 유지, 이른바 ‘돈 풀기’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 파급효과가 큰 일자리나 SOC 사업을 중심으로 조기 집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화 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위한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금융 정책은 정책 금융 공급을 494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는 식으로 경제활력을 끌어올릴 목표다.

그러나 내년도 경제정책은 이 같은 양적 완화 위주의 정책에 과도하게 의지해 문제란 지적이다. 본지가 자문을 의뢰한 경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특히 코로나 경제 위기엔 근로 유연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일자리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번 대책엔 재정 지출에만 과하게 의존하는 경제 정책이 짜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경제 체질개선을 위해 이른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 추진도 전면에 내세웠다. 내년에 디지털·그린 뉴딜 분야에 각각 12조7000억원, 13조2000억원을 투입해 5G 확산과 환경친화적 산업을 키운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 힘 의원은 “대부분 재탕·삼탕 정책인데다, 세금 투입을 위한 퍼주기식 정책이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코로나 대유행인데

정부는 내년도 경기 재생을 위해 소비를 끌어올리는 전방위적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예컨대 ‘승용차 개소세 30% 인하’ ‘고효율 가전 구매금액 환급’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방역 안정을 전제로, ‘대한민국 동행세일’과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적극 지원해 연중 소비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현재 하루 1000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대유행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소비'와 ‘방역’이란 모순된 상황 때문에 ‘소비 리바운드’(rebound)의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금으로 만드는 ‘직접 일자리’에도 부정적 시각이 적잖다. 정부는 특히 내년 1월 중 쓰레기 수거나 재능기부와 같은 직접 일자리 사업에 50만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코로나 3차 유행을 반영하지 않은 계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③민간 활력 대책도 미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코로나 위기 속 어려움 겪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예컨대 중소·중견기업 정책금융을 전년보다 16조9000억원 늘린 302조원까지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이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3000억원까지 확대하는 식이다. 그러나 민간 부분 활력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법인세 인하 등 과감한 제도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요컨대 이번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마이웨이’ 정책을 재확인했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지금껏 해오던 대로 재정 지출을 늘려 돈을 뿌리고, 직접 일자리로 억지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식의 정책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3.2% 목표에도 ‘장밋빛 전망’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 불확실성과, 경제 개혁에 대한 근본적 대책 부재로 인해 내년도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