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식 기자 박경민 모젤스 대표가 새로 쓴 책 ‘일본의 퀀텀점프 이야기, 메이지 유신’을 펴 들고 있다.

컨설팅 회사 모젤스의 창업자인 박경민(68) 대표는 최근 새 저서 ‘일본의 퀀텀점프 이야기, 메이지(明治) 유신’(밥북)을 썼다. 전공자의 책이 아닌데도, 이렇게 쉽고도 제대로 요점을 정리한 메이지 유신 개설서는 지금껏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이미 ‘한일 근대인물 기행’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를 낸 역사 작가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부터 품었던 의문을 풀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서울 서초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가 말했다. 고교생 박경민은 국사 시간에 진지한 질문을 했다. “도대체 500년을 간 조선 왕조는 왜 망했고, 일본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신흥 강대국이 될 수 있었나요?” 교사의 대답은 냉정했다. “야~! 그런 거 대입 시험에 안 나오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해.”

박 대표는 “우리는 ‘착한 조선을 나쁜 일본이 와서 잡아먹었다’는 식으로 교육하고 항일과 반일로 이어지도록 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왜 일본은 흥했고 조선은 망했는가’ 아니었을까요? 그걸 배워야 하는데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금융 관련 회사에서 오래 일한 그는 사업 도중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금방 끝날 게 아님을 직감하고 평소 관심이 많던 근대사를 깊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역사 작가가 ‘부캐’(제2의 캐릭터)가 아니라 사실상 ‘본캐’가 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주한일본공사관기록 같은 원전을 직접 파고들었다.

그리고 ‘흥망의 요체’를 찾아냈다. 성리학에만 빠져 있던 조선은 변화할 줄 몰랐고, 19세기엔 정치가 무력·무능한 데다 임금이 매관매직을 할 정도로 부패가 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1868년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 국가로 거듭난 일본은 ‘공의정체(公議政體)’를 중요한 담론으로 내세웠는데, 깜냥이 되지 않는 인물 대신 개혁적 성향의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여론 정치와 철인(哲人) 정치의 결합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메이지 유신에서 ‘흥국(興國)’의 3대 포인트를 찾아냈다고 했다. “정치적 보복 없이 유신에 반대했던 인재라도 활용했다는 것, 세계 정세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것, 젊은 인재들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본뜬 ‘조선왕조 쇠망사’를 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조선왕조는 왜 멸망했는가?’라는 중요한 주제를 아무도 쓰지 않는 것 같아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