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80주년을 맞아 덕수궁 돈덕전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두 특별전에선, 지난 140여 년 동안 광복과 자유의 염원을 담았던 다양한 태극기를 만나볼 수 있다.
돈덕전의 국가유산청 특별전에선 1919년 3·1 운동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진관사 태극기’ 진본이 전시된다. 만세 운동 현장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며, 칠성각 건물 안쪽 벽에 몰래 숨겨 독립을 염원했던 태극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 8일 개막해 11월 16일까지 진행하는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 특별전에선 주요 태극기 실물 18점을 포함한 관련 자료 200여 점을 전시한다. 2004년 발굴된 미국 서적 ‘해양 국가들의 깃발’(1882년 7월)에 실린 태극기 도안은, 태극과 4괘를 갖춘 태극기가 박영효의 태극기(1882년 9월)보다 앞서 제작됐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후 이 태극기는 역관 이응준이 그려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열린 조미수호통상조약 때 내걸렸던 최초의 태극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도 전시된다. 자주 국가임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던 대한제국의 의지를 담은 이 태극기는 파리 국립기메동양미술관에 소장됐던 것으로, 끈질긴 협의 끝에 이번에 처음 국내 공개된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엔 일제의 탄압 때문에 쉽게 내놓을 수 없었지만 그만큼 소중했던 태극기들도 눈에 띈다. ‘광제호 태극기’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군함 광제호에 승선했던 신순성 함장이 망국을 맞아 몰래 숨겨뒀던 것이다.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의 의회에 걸었던 태극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