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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금릉봉황대'를 그린 현대 삽화. /The Merit Times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중에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가 있습니다.

봉황대란 지금의 난징(南京) 동남쪽에 있는 누각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번역은 필자).


鳳凰臺上鳳凰遊(봉황대상봉황유)

이곳 봉황대 위에서 봉황새가 놀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鳳去臺空江自流(봉거대공강자류)

봉황은 이미 날아가 버렸고, 대(臺)만 남아 그 아래 강물만 스스로 흘러가고 있네요.

吳宮花草埋幽徑(오궁화초매유경)

오나라 궁전에 만발하던 화초는 그윽한 오솔길에 묻혀버렸고

晉代衣冠成古丘(진대의관성고구)

진나라 때 의관들은 옛 언덕의 흙이 돼 버렸습니다그려.

三山半落靑天外(삼산반락청천외)

교외의 산들은 푸른 하늘 바깥으로 반쯤은 기울었고요.

二水中分白鷺洲(이수중분백로주)

진수(秦水)와 회수(淮水)는 백로주를 가운데 두고 나뉘어 흐르네요.

總爲浮雲能蔽日(총위부운능폐일)

아무튼, 뜬 구름이 해를 가리고도 남을 만하여

長安不見使人愁(장안불견사인수)

장안(長安)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애태우게 하는군요.


시선(詩仙)은 고력사(高力士)같은 무리들의 참소로 조정에서 쫓겨나 강호를 떠돌다, 금릉(지금의 난징) 봉황대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장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황학루에 올라 시를 지으려고 했으나 거기 걸린 현판에 최호의 ‘황학루’ 시가 있는 것을 보고 “여기서 내 할일 무엇이리오”라며 표표히 내려왔다고 하죠. 두 편의 시는 표현이나 구성에서 유사점이 많아 비교되기도 하지만요. 뭐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말이죠.

봉황은 이미 떠나가고, 그 흔적만 남았음이여!

덧없는 인간사여, 매번 기대를 배신하는 야속한 역사여!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려느냐?

“뜬 구름이 해를 가려 내가 장안을 보지 못하는구나”라는 마지막 대목에선 어지러운 국정을 염려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는 절절한 아픔이 흘러나옵니다. 양귀비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적 헛발질만 계속하는 어리석은 현종 황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눈앞에 닥쳐온 나라의 위험을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시선조차도 현실 사회의 타락에서 등을 돌려, 사시(私詩)만을 지으며 자신만의 세계로 빠질 수만은 없었던 것일까요.

현종의 정치적 생명은 이미 다했고, 안록산의 무리들이 곧 창칼을 들고 몰려와 천하를 장악할 터, 이제 나라에 펼쳐질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두보의 시 ‘춘망’의 첫 구절)의 상황을 어떻게 감당하고 또 신산(辛酸)한 고난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염려되는 것은 금명간에 서촉 땅으로 쫓겨갈 그깟 암군(暗君)의 안위 따위가 아닙니다. 오직 사직과 백성들의 미래가 걱정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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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주 금요일 새벽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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