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날 개편 공개된 5층 상설전시실 역사관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코너를 찾아 설명문을 읽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 정부에서 ‘광복과 분단’이었던 주제를 개편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박상훈 기자

‘11:00 맥아더를 비롯한 주요 인사 참석 행렬, 11:22 대한민국 정부 수립 개회 선언과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 14:30 국군의 시가 퍼레이드….’

13일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층 상설전시실 역사관엔 ‘1948년 8월 15일’에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대별로 알리는 사진들이 벽 하나에 가득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도 쉴 새 없이 상영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라는 중요한 날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 공간이 새로 마련되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대한민국역사관은 이날 “5층 역사관 일부를 대폭 개편해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광복과 분단’ 전시 코너를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이름으로 변경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의미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분단’ 강조에서 ‘정부 수립’ 강조로 전환

박물관 관계자는 “광복 이후의 역사를 ‘분단’ 강조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강조로 바꿨다. 이는 현대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달라졌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의미가 축소됐던 지난 정부의 개편과는 달리, 박물관 건립 당시의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돌아갔다는 의미가 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주도로 주한미국대사관 왼쪽 옛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에서 개관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는 당연히 이 박물관이 강조하는 부분이었고, 5·10 선거와 제헌국회에서 정부 수립에 이르는 과정이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자세히 소개됐다.

2022년 12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상설전시실 역사관이 개편돼 재개관 된 가운데 시민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해 11월 취임한 주진오 전 관장은 과거 ‘좌편향 교과서’로 비판을 받았던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의 필자였다.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38선 이남의 합법 정부로 인정받았다’고 서술했다가 국회에서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적도 있다. 주 전 관장은 2018년 4·3 특별전에서 남로당 포고문을 크게 내걸어 반발을 샀고, 2019년 2월엔 박물관 앞에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필 표지석을 철거했다.

2020년 주 전 관장의 주도로 40억원을 들여 개편된 역사관에선 이전 전시와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의미가 대폭 축소됐다. 정부 수립은 ‘광복과 분단’이라는 코너의 소주제가 돼 ‘분단’의 의미가 더 크게 강조됐다. 이에 대해 ‘광복 이후의 상황이 지나치게 소략해져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없는 부실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헌법과 북조선노동당 당원증 등 일부 전시 유물은 ‘부적절한 전시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역사관 마지막에 2018년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회담 사진을 눈에 띄게 배치한 것은 ‘박물관이 현 정부의 국정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다시 보일 것”

지난해 5월 부임한 남희숙 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주 전 관장이 주도한 역사관 개편에 반대하다가 좌천됐던 박물관 내부 인사다. 박물관은 올해 들어 전 정부 때 이뤄진 ‘개편’을 뒤집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6·25전쟁 전시 코너를 개편하며 ‘6·25전쟁은 북침’이라 선전한 당시 해방일보 신문을 철거했고, 9월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원위치시켰다.

이번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코너 개편에선 소주제를 2건에서 3건으로 확대하고 전시 자료를 71건에서 151건으로 크게 늘렸다. 광복 이후 1948년까지 이어진 정부 수립 과정을 드러낸 연표 2건을 새로 배치해, 독립운동의 노력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결실을 맺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농지 개혁과 의무교육 제도 도입 등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된 정책들도 다양한 자료와 함께 소개했다. 북한 헌법과 노동당 당원증은 전시에서 뺐다. 남희숙 관장은 “앞으로도 관람객이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쉽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