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기자

“이렇게 큰 상을 받고 놀라서 민세 안재홍 선생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됐습니다. ‘민족주의자’라는 말로는 모두 담아낼 수 없는 분이더군요. 더 큰 화합을 말씀하신 분이라는 점에서 저도 민세 선생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13회 민세상 사회통합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박남선(68) 사단법인 국민화합 상임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계엄군에 체포돼 군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3년 동안 복역했다.

그가 최근 뉴스에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유족의 손을 잡고 “하나가 된 대한민국을 위해 화해하고 화합하고 용서했으면 한다”고 말한 모습이었다. 그 직후 “5·18 정신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는 그의 말 또한 큰 울림을 줬다.

박 이사는 “5·18 당시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19년부터 아들 노재헌 변호사를 세 번이나 광주에 보내 사죄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잘못된 일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계시고, 몸이 건강하다면 직접 사죄하고 싶어하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만남 자체를 거부했던 그는 끝내 그 진정성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는가? 그는 5·18 때 잡혀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주먹으로 맞아 치아가 부러지고 송곳으로 손톱 밑을 찔렸다고 했다. “미워만 하고 있으려니 괴로웠고, 어느 날 그럴 바엔 차라리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으려니 평생토록 제가 잘못했던 일만 생각나는 거예요. 노 전 대통령도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잘못이 생각나 뉘우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끝내 뉘우치지 않은 건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이제 더 이상 그를 미워하지 않고 다만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국민화합’을 창립하고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24개 위원회를 만들고 전국 17개 시·도에서 회원을 모으고 있다. 분단된 나라가 지역·세대·계층으로 또 갈라져 싸우는 일을 막으려면 화합이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계 역사상 국론이 분열된 나라가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의 군사 독재 상황에서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것은 결국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뜻이었고,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지금은 화합과 통일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화합’의 ‘국민’은 국민(國民)이 아니라 ‘하늘 민(旻)’ 자를 쓰는 ‘국민(國旻)’인데, 모든 위정자는 국민을 ‘백성’으로 내려다보지 말고 ‘하늘’로 보며 똑바로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태원 참사를 정쟁으로 몰려는 정치권 일각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법률로 안전판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회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불필요한 정쟁은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심사평]

박남선 사단법인 국민화합 상임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로서 유혈 진압 책임과 관련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지속적인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우리 사회에 상처와 책임, 용서와 화합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또한 국민화합의 상임이사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이라는 목표를 위해 정책 자문 및 지원 등 다양한 사회 통합 활동에 힘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