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前 한림대 총장. /김지호 기자

“대통령이 무엇을 모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물을 줄만 알면 된다.” 한림대 총장을 지낸 정치학자 이상우(84·사진)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역사를 만들고, 배움은 만남에서 생긴다’는 지론을 지닌 이 이사장이 신간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기파랑)을 냈다. 지난 2년 반 동안 세 차례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가운데 꿋꿋이 집필한 책이다. 5년 전 자신의 자서전과 대한민국 현대사를 결합한 ‘살며 지켜본 대한민국 70년사’를 낸 뒤 현대사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빠졌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이번 책은 빈곤과 전쟁의 시련을 이겨내고 잘살게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쓴 한국근현대사다. 주권재민의 민주공화정을 꿈꾼 김옥균과 유길준부터 대한민국의 안정적 출발을 가능케 했던 김구·김규식, ‘건국의 기적’을 만든 이승만, 부국(富國)의 기초를 다진 박정희와 기업인들, 군인과 언론인 등 수많은 인물을 ‘대한민국 세우기’의 큰 그림 속에서 유기적으로 서술했다.

그는 “3·1 운동이 정말 중요했던 것은, 독립 이후에 왕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민주공화정을 수립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결과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지금까지 이어 온 ‘공산주의와의 대결’이 시작됐다. 이 이사장은 “먹고살기 어려울 땐 공산주의 구호가 잘 먹혀들어 가지만,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이 싸움에서 줄곧 이겼다”고 했다.

이승만 정부가 빠르게 농지개혁을 수행한 덕분에 6·25 때 민심이 북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가 ‘10-100-1000′구상으로 ‘10년 내100억 달러 수출, 1인당 소득 1000달러가 되도록 하겠다’고 한 결과 교육받은 중산층이 중심이 된 사회를 만들어 북한 공산주의를 압도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하지만 지금은 중산층이 무너져가는 데다 선각자도 드물어져 매우 걱정되는 시기”라고 했다. “지도자와 지식인이 확고한 뜻을 지니고 다시 매진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