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 교수

“친족 선택론이 아니라 집단 선택론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종(種) 안에서도 이타적인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새들은 자신의 새끼를 키우는 대신 부모를 도와 형제를 키운다.”(2013년 조선일보 인터뷰)

‘현대의 다윈’ ‘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린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92)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별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부모의 이혼을 겪은 소년 시절 그는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혼자 개미나 개구리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앨라배마대에서 생물학 학·석사를,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6년부터 50여 년 동안 하버드대 교수를 지내며 20여 권의 책을 썼다.

윌슨은 400종이 넘는 개미를 발견한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1975년 출간한 저서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었다.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학문이 이때부터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인간부터 곤충에 이르는 모든 동물의 사회적인 행동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학문이다. 인간 본성을 포함해 수많은 동물들의 행동, 번식과 서열, 협동 등을 유전자라는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사회생물학의 주류 이론은 혈연으로 연결된 개체들이 구성원 번식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친족 선택론’이었다.

2013년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에드워드 윌슨. 그는 ‘현대의 다윈’ ‘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캠브리지=허윤희 기자

그러나 ‘유전자들이 경쟁을 벌여 가장 우월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는 그의 이론은 인종차별·성차별과 계급주의·제국주의로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78년 미국과학진흥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여성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가 단상 위에 올라와 그의 머리 위에 주전자로 얼음물을 쏟아부은 일도 있었다.

윌슨은 2000년대 들어 자신의 이론을 스스로 뒤엎고 친족 선택론에서 ‘집단 선택론’으로 전환했다. 협동성과 공감을 비롯한 집단 수준의 형질들이 유전될 수 있고, 집단들 사이에 생존 경쟁이 있을 경우 협동하는 집단이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윌슨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용어를 세계적으로 대중화시켰으며, ‘인간 본성에 대하여’(1978)와 ‘개미’(1990)로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제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통섭(統攝)’이라 번역해 국내에서 통섭 열풍이 일기도 했다.

최재천 교수는 “영국 신사처럼 늘 말끔한 분이셨는데, 지난 9월 ‘요즘 윌슨 선생님 넥타이에 음식 찌꺼기가 묻어 있고 말도 어눌하게 한다’는 말을 미국 동창에게서 듣고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사회생물학이라는 분야를 새로 열었으며 우리 시대에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