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월,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원동(遠東)민족혁명단체대표회의 개막식을 지켜보는 참석자들 중에서 유독 체격이 크고 눈빛이 형형한 인물이 보인다. 최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유해가 돌아온 독립운동가 홍범도(1868~1943) 장군이다. 봉오동·청산리 전투 2년 뒤인 이때 그는 아시아 식민지 대표들과 독립투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머나먼 모스크바행을 택했다.
독립기념관은 17일 이 장면이 담긴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개회식 영상을 상영하는 등 홍범도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약 5분 50초 분량의 이 무성(無聲) 영상은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가 2018년 러시아 국립 사진·영상물 보관소에서 찾아내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것으로, 홍범도 장군의 생전 모습이 담긴 유일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그 동안 일부 공개됐지만 전체 분량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코민테른(국제공산당)이 주최한 이 대회에는 한국·중국·일본·몽골 등에서 148명의 대표가 참석했고, 홍범도, 최진동, 김규식, 여운형, 현순, 김원경, 권애라 등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영상에서 확인된다. 홍범도 장군은 회의장을 나선 뒤 봉오동 전투에서 함께 싸웠던 최진동 장군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는데, 날씨가 추웠던 모양인지 두 사람이 뭔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홍범도 장군 1922년 모스크바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