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이 성과와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쓰는 전문적 논문들은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교양에 거의 영향이 없을 만큼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 철학 논문이 점점 전문화하고 분업화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논문 인용 부호에 갇혀 규격화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강단 학계의 문제를 비판한 저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종철<사진> 한남대 초빙교수가 쓴 ‘철학과 비판’(수류화개)이다. 반응이 좋아 출간 한 달 만에 2쇄를 찍게 됐다. 그는 “자기 언어로 자기 철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철학계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철학 본래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정신을 되살리는 글쓰기’인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강조했다. 에세이 철학에 대해서는 “그저 신변잡기를 흥미 위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몽테뉴나 함석헌의 생생한 글처럼 논문 형식을 빌리지 않고 얼마든지 삶과 현실, 시대와 역사 문제에 대해 순수한 의미의 정신적 통찰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유(思惟) 방법’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탁상공론에 빠지지 말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풀어나가라는 의미인 ‘기계를 만지듯 생각하라’다. 다음은 ‘아이들처럼 생각하라’인데, 아이들처럼 아무런 구속이나 전제 없이 현재를 즐기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놀이꾼처럼 생각하라’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완색이유득(玩索而有得)’, 즉 ‘가지고 놀다 보면 (저절로) 얻는 것이 있다’는 말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공리공담에 빠지지 말고 생각에 현실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에서 ‘장사꾼처럼 생각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