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연구자 석한남

고문헌 연구자 석한남(63·사진)씨가 최근 ‘지금, 노자를 만날 시간’(가디언)을 냈다. 동양 고전 ‘노자(老子)’ 81장 전체에 글자마다 한자 발음을 달고 문장을 번역한 뒤 자세히 해설한 책이다.

석씨는 “‘노자'만큼 다양한 해설서가 우후죽순으로 나온 고전도 드물 것인데, 5600자(字)밖에 되지 않는 적은 분량, 은유와 함축으로 이뤄진 문장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사상을 슬쩍 끼워넣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책은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고 ‘노자’ 문장의 원래 뜻을 파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석씨는 30여년 전 금융사에 다니다 치열한 직장 생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문을 익혀 3만 자(字)의 고전 문장을 외웠고 예술의전당, 추사박물관, 경희대 등에서 수천 점의 초서(草書) 문헌들을 번역했다. ‘칠십 평생 벼루 열 개를 갈아 구멍을 내고 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추사 김정희의 고사를 사표로 삼았다고 했다. 2018년 고문헌 168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고, 지난 1월엔 1926년 당대 최고 화가인 관재 이도영이 조선일보 혁신 2주년을 기념해 그린 축하 그림을 본지에 기증했다.

석씨는 ‘노자’ 16장의 ‘치허극(致虛極) 수정독(守靜篤)’이란 문장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움을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을 돈독하게 지키라’란 뜻으로, 줄여서 ‘치허수정’ ‘허정(텅 빈 고요함)’이라고도 쓴다. 그는 “만물은 활기차게 생겨났으나 결국은 허정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비우는 것, 내려놓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