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스타 강사’ 출신의 방송인 설민석씨가 22일 자신의 강의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앞서 지난 20일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하루 전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고 했고, 카이사르가 폰토스 왕국군을 제압한 뒤 했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말을 이집트에서 돌아온 뒤 한 것처럼 설명했다는 등의 오류를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참사’에 대해 ‘곪았던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식의 대중화·예능화라는 트렌드 속에서 ‘가짜 지식’이 걸러지지 않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셀럽(유명인) 강연자’ 시대의 명암(明暗)인 셈이다.

‘가짜 지식’ 사례

아카데미즘 벽 허문 순기능

이들의 ‘순기능’에 대해선 최근 학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원로 한국사학자 A씨는 설민석씨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보인다”며 “엄숙하고 딱딱하던 아카데미즘의 벽을 대중 앞에서 허물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요약하자면 ①대중이 알고 싶어하는 지식을 ②방송이나 유튜브라는 쉬운 경로를 통해 ③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주는 데다 ④예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스타성까지 갖췄다는 데 이들의 강점이 있는 것이다.

영어와 인문학·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연하는 작가 조승연씨, 장자(莊子) 철학 전문가로 폭넓은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강신주씨, 무명 작가 출신으로 인문학의 방대한 내용을 ‘요점 정리’하는 채사장씨 등은 대중의 수요를 짚어내 성공한 셀럽들이다.

방송사, 인문학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종종 부정확한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짜 지식’의 진원지가 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설민석씨의 경우 2006년 방송에서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기 전 아들 경종을 성불구자로 만들었다’며 신빙성이 낮은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말해 전공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 같은 현상에는 인문학까지 이익 창출 수단으로 삼는 최근 방송의 트렌드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씨는 연극영화과 학부와 역사교육학 전공 교육대학원을 나와 역사 강의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를 ‘선을 넘는 녀석들’(MBC) ‘요즘책방'(tvN) 등에 출연시킨 방송사는 학원 강사와 역사학자 사이의 분명한 간극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는 “내용의 정확성보다는 시청률이나 조회 수의 견인차인 ‘비주얼’과 ‘예능감’을 앞세운 본말전도의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소한의 검증 장치는 있어야”

셀럽 강연자가 자기 전공을 벗어난 분야까지 ‘문어발식’ 강연을 하는 현상도 잘못된 지식 전달을 촉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탐구 강사 최진기씨는 2016년 OtvN ‘어쩌다 어른'에서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그림이라며 엉뚱한 현대 미술 작품을 소개한 뒤 하차했다.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난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 출신 유튜버 유시민씨는 최근 ‘북한의 김정은은 계몽군주 같다’고 말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고 근대 국가의 개혁을 추구했던 계몽군주의 성격을 오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소 천박해 보이는 어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셀럽 강연자들에 대해 ‘지식 소매상’이라는 이름으로 역할을 평가하고 있지만, 그 역할 못지않게 한계 역시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은 “섣부른 지식으로 해설하는 일은 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라며 “대중이 즐겨 보는 매체일수록 틀린 팩트 정도는 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