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최근 ‘조선족(재중 동포)을 포함한 중국 55개 소수민족이 모두 한족(漢族)과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중국의 상고사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2일 연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 재단 김인희 연구위원은 중국이 신화 속 인물을 역사 인물인 것처럼 조작해 ‘중화민족(56개 민족)의 공동 조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삼황오제(三皇五帝) 신화에 등장하는 황제(黃帝)다. 허난성 신정시의 황제고리(黃帝故里)에 만들어 놓은 1만5000㎡의 ‘중화성씨광장’은 56개 ‘중화민족’이 황제의 후손임을 건축물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거의 모든 성씨가 황제의 직계 후예라는 것이다.
산시(陝西)성 옌안시의 황제릉에선 수령 5000년의 나무를 ‘황제가 직접 심은 나무’로 소개하고, 돌판에 새겨진 발자국 두 개를 ‘황제의 발자국’으로 선전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은 황제를 역사상의 실존 인물로 만들기 위해 신석기 유적들을 동원했고, 그 결과 황제의 생존 시기는 기원전 6000~2000년까지 4000년을 포괄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황제는 기원전 1000년을 전후한 서주(西周) 초기의 왕을 모델로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황제가 ①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발달한 문명을 창조한 역사적 인물이며 ②'중화민족'의 공동 조상이라는 ‘집단 기억’을 창출해 공산당을 중심으로 전 인민의 통합을 이루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안의 황제릉에 게시된 표어 ‘최초 조상을 회고하며 신시대의 꿈을 구축한다(緬懷初祖, 築夢新時代)’는 시진핑의 핵심 정책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