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류에 찬물 끼얹나?’

2016년 8월 뉴욕타임스에 이런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당시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 한국 배치 결정을 중국이 트집 잡으면서 ‘한한령(限韓令)’이 시작됐다. “한국 콘텐츠 산업 고사 위기”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 뒤 7년, K콘텐츠는 그 우려의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2016년 한국 음반 수출 총액의 36%를 차지했던 중국은 2019년 1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체 수출액은 2021년까지 약 7배가 늘어 2억달러를 넘었고, K팝 음반이 진출한 영토는 60국에서 140국으로 늘었다. 한국 영화 수출액도 2015년 31.5%에 달했던 중국 비율이 지난해 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젠 인도에서 한국 드라마, 불가리아에서 한국 예능을 리메이크할 만큼 각국에서 포맷 수출이나 협업 요청이 쇄도한다. 웹툰 업계에선 아예 중국 법인을 청산하는 업체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륙을 찾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콜럼버스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한다. 닫힌 중국의 문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북미, 유럽, 인도 등 대안 시장을 찾아 발 빠르게 두드린 결과라는 것이다. CNN은 “한중 외교 갈등의 예상 밖 수혜자가 된 미국 K팝 팬들은 ‘중국의 실이 미국의 득’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래픽=김하경